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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판매 부스마다 중국인 관광객 가득
중국 칭다오에서는 지난달 19일부터 이달 11일까지 맥주 축제가 열리고 있다. 축제가 한창인 이달 3일 칭다오를 찾았다.
베이징에서 가오티에(고속열차)를 타고 3시간 30분 정도 걸려 칭다오역에 도착했다. 늦은 오후 바로 행사장으로 출발했으나 수많은 차들로 극심한 정체가 빚어지면서 두시간 가까이 소요됐다.
행사장 입구 차량과 사람들의 물결을 헤치고 들어서니 비닐하우스 형태의 맥주 브랜드별 판매점들이 길게 늘어섰다. 행사장은 약 450만㎡ 부지에 대형 공원장과 놀이공원, 상점들이 조성됐는데 맥주 축제인 만큼 각 대형 부스에 많은 사람들이 붐볐다.
부스들은 3000㎡ 정도 규모로 조성됐는데 만석이 되면 어림잡아 10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들어찼다. 부스 앞에서 호객 행위를 하던 한 중국인 직원은 “정확한 사람 숫자를 세보지 않았지만 주말인 토요일과 일요일이 되면 평소에 비해 더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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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대도시에서 이런 모습은 많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이날 행사장에서 반나체의 남성들을 무수하게 볼 수 있었다.
행사장에서 또 하나 놀란 점은 비싼 물가다. 부스에서는 타워 형태 통에 들어있는 맥주가 많이 팔렸는데 3000cc 용량에 가격은 200위안(약 3만8000원)이었다. 500cc 한잔에 6300원 정도 하는 셈이다.
다음날 찾은 칭다오 야시장에서는 500cc의 맥주를 15위안(약 2880원)에 팔고 있었다. 맥주 축제인 만큼 일반 시제품과는 품질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도 행사장 안과 밖의 가격 차가 꽤 컸다.
부스 내 양꼬치는 한 개에 10위안(약 1920원) 정도를 받았는데 베이징 시내와 비교해도 두배 가량 비싼 수준이었다. 메뉴판을 적힌 4인 세트 메뉴 가격은 368위안(약 7만800원) 정도였다.
4명이 행사장을 찾아 맥주를 맘껏 마시려면 한국 이상으로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것이다. 실제 지난달 칭다오 맥주 축제를 방문했던 사람들은 “5명이 부스 한곳을 갔는데 20만~30만원 가량을 써야 할 정도로 물가가 너무 비쌌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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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그들만의 행사’…구체적 노력도 안보여
칭다오 관광국에 따르면 지난해에는 600만명 가량이 축제를 방문했다. 올해 추세를 감안하면 이보다 더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했을 것이란 계산이다.
하지만 국제 축제라는 명칭이 무색할 만큼 수많은 인파 속에서 해외 관광객을 찾기란 어려웠다. 행사장 안에서 백인으로 구성된 관광객은 단 2팀을 본 것이 전부다. 세계적인 축제라고 홍보하지만 결국 중국 내부 수요로 충당되는 ‘집안 행사’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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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정부는 올해 개혁 개방을 외치며 무비자 정책을 확대하는 등 외국인들의 국내 방문을 환영하고 있다. 정작 대형 행사 현장에서는 이러한 노력의 흔적을 찾기 힘든 게 현실이다.
중국 현지에 비해 높은 물가와 반나체로 활보하는 중국인 남성들, 통제가 힘든 행사장 주변 등 국제 행사로서의 격이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의지가 있는지도 의문이다. 현지에서 만난 정부 관계자는 “외국인 관광객은 특별히 따로 집계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모든 사람의 동선 체크가 가능한 중국에서 별도 통계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그 수가 무의미할 만큼 적거나 관심이 없다는 의미로 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