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베이징·선양=연합뉴스) 북한은 장성택의 측근인 리룡하 당중앙위원회 행정부 제1부부장과 장수길 행정부 부부장에게 ‘월권’과 ‘분파행위’, ‘당의 유일적 영도체계 거부’ 등 3가지 죄명을 적용해 공개처형했다고 정성장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5일 밝혔다.
정 위원은 “리룡하와 장수길은 ‘장성택 등의 뒤에 숨어서 당 위의 당으로, 내각 위의 내각으로 군림하려 했다’고 비판받았다”고 전했다.
그는 또 “이들이 ‘경제과업 관철 및 군사 분야에까지 관여하려 책동했다’는 비판을 받은 것으로 파악된다”고도 밝혔다.
정 위원은 “리룡하와 장수길 모두 당 중앙위원회의 간부들이므로 이들의 반당 혐의에 대한 조사는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과 당중앙위원회 조직지도부에 의해 이루어졌을 가능성이 높다”면서 “최룡해가 관장하는 총정치국이 당 중앙위원회 행정부에 대해 조사할 권한이 없는 점을 고려할 때 최룡해나 군부가 장성택 측근의 숙청에 관여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분석했다.
그는 “장성택 측근의 공개처형에 김원홍 국가안전보위부장이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황병서 조직지도부 부부장이 보조적인 역할을 수행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정은은 리룡해와 장수길의 공개처형 후 핵심 측근들과 함께 삼지연을 방문, 장성택의 실각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메우고, 장성택이 담당하는 외자유치, 체육지도 등의 권한을 누구에게 맡길 것인지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와 관련, 김정은의 전용열차는 아직 평양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정보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김정은이 백두산지구 체육촌을 비롯해 양강도 삼지연군의 여러 곳을 돌아봤다고 지난달 30일 보도한 바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구체적인 소재는 확인이 안 된다”면서도 “처형된 측근들처럼 조치가 내려졌거나 하는 것이 없고 쫓겨난 징후도 없다”고 말했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국방위 전체회의에서 장성택이 실각이 됐을 경우 그 원인과 관련, “기관 간의 갈등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가안보전략연구소가 이날 개최한 학술회의에서 북한 외교관 출신의 고영환 수석연구위원은 “지금 장성택은 분명히 살아서 모처에서 반성문을 쓰겠지만, 몇 달 후 다시 갑자기 나타날 수 있다”며 “현실적으로 김경희가 살아 있는 한 김일성의 유일한 사위인 장성택을 칠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한편 장성택 측근들에 대한 숙청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장성택의 조카인 장용철 주말레이시아 북한대사 가족 일행이 5일 오전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 공항에서 고려항공 JS-156편으로 북한으로 돌아갔다고 목격자들이 전했다.
현지 교민들에 따르면 북한으로 돌아간 장 대사 가족 일행은 40대로 보이는 부인 박춘희와 20대 중반의 아들 장태령·장태웅 등 모두 3명이다.
이와 함께 장성택의 누나이자 전영진 쿠바 주재 대사 부인인 장계순 일가족도 이날 베이징 공항에서 고려항공 JS-252편으로 북한으로 돌아간 것으로 알려졌다. jsa@yna.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