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C 가맹점주 "불매운동 행여 불똥 튈까 걱정"

15일 SPL 평택공장 직원 사망사고 후 온라인 불매운동
아직 현장에서 불매운동 움직임 감지 없지만 긴장 고조
가맹점주 "회사 과실에 애먼 피해 우려…재발 방지해야"
'피 묻은 빵' 등 자극적인 언론 보도 자제 요청도
  • 등록 2022-10-19 오후 4:33:02

    수정 2022-10-19 오후 5:03:51

[이데일리 정병묵 기자] 지난 15일 SPC그룹의 계열사 평택공장에서 일하던 23세 여성 직원 A씨가 사망한 뒤 온라인을 중심으로 SPC 불매 여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아직 오프라인에서 불매 움직임이 본격 감지되고 있지는 않지만 가맹점주들은 행여 불똥이 튈까 불안한 모습이다.

17일 오후 경기 평택시 팽성읍 SPL 평택공장 앞에서 열린 평택 제빵공장 사망사고 희생자 추모제에서 현장 근로자 및 관계자들이 조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19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한 SPC계열 매장은 평상시와 다름 없이 손님들로 붐볐다. 매장 아르바이트는 최근 손님이 줄었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고 평소 그대로”라고 답했다. 한 10대 고객은 “무슨 사고가 났다는 뉴스는 봤는데 좋아하는 제품이라 사먹으러 왔다”고 말했다.

비보가 전해진 직후 온라인에서는 파리바게트, 배스킨라빈스, 던킨, 샤니, 삼립, 쉐이크쉑, 파스쿠찌 등 SPC그룹 제품과 매장을 불매하자는 여론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누리꾼들은 젊은 가장 A씨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불매운동 해시태그를 단 게시물을 SNS에 퍼뜨리며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현장에서는 특별한 불매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관계자는 “아직 가맹점 현장에서 불매운동 움직임은 없고 이를 촉구할 계획도 없다”며 “지금은 평택 현장에서 고인을 애도하고 사태 재발 방지 요구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SPC 가맹점주들은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과거 식품,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갑질’, ‘위생’ 등 문제가 발생했을 때 불매운동으로 번진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의 한 SPC 계열 가맹점주는 “요 며칠 손님이 줄지는 않았는데 여론이 점점 불붙는 것 같아 걱정”이라며 “돌아가신 분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혹시 어렵게 장사하는 가맹점주들이 애먼 피해를 보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언급했다.

가맹점주들은 또 ‘피 묻은 빵’ 같은 자극적인 언론 보도로 피해가 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날 SPC 프랜차이즈 가맹점주의 남편 B씨는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를 통해 성명을 내고 “사고 내용과 무관한 자극적 언어선택으로 대중의 이목을 끌게 해 보도하는 언론은, 노동자의 인권을 무시하고 이윤을 극대화하려는 기업의 잘못된 행태와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했다.

B씨는 “기업과 무관한 우리 자영업자들이 입을 피해를 무시하고, 폭력적인 언어를 사용하여 불매운동을 조장하는 보도행태는 잘못”이라고 울분을 토했다.

한편 최근 상황에 대해 SPC 관계자는 “고인을 향한 안타까움과 슬픔, 가맹점주들한테 영향이 있을까 걱정하는 마음 속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을 아꼈다.

A씨는 지난 15일 SPC그룹의 계열사 SPL 평택공장 샌드위치 소스 배합공정에서 작업하다가 기계에 앞치마가 빨려 들어가 숨졌다. 사회초년생인 A씨는 어머니와 고등학생 남동생을 책임지는 가장 노릇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고인의 스마트폰 메신저에서는 평소 격무에 대해 호소하는 내용의 메시지가 공개돼 안타까움을 더했다.

또한 사고 다음 날, 고용노동부의 지시에 따라 사고가 발생했던 배합기를 가린 채 일부 기계를 가동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정부와 회사가 공분을 자아냈다.

한편 경찰은 해당 공장 직원들을 대상으로 2인 1조로 작업이 진행됐는지 여부를 중심으로 수사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도 해당 작업에 대한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살핀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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