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대형마트도 방역패스…고령층, 백신맞고도 ‘당황’

10일 백화점·대형마트 방역패스 첫 날
미접종자 거의 없어…중장년·고령층서 ‘딩동딩동’
안내 직원들 증원…앱 업데이트 도우미
식당·카페, 오늘부터 과태료…자영업자 ‘부글부글’
  • 등록 2022-01-10 오후 5:06:31

    수정 2022-01-10 오후 9:33:43

[이데일리 조민정 남궁민관 기자] “QR코드인가 했는데 뭘 또 해야 돼? 업데이트? 그럼 이제 들어갈 수 있는 거여?”(서울 영등포 여의도동 70대 김모씨)

10일부터 코로나19 백신 미접종자의 시설 이용을 제한하는 방역패스가 백화점과 대형마트 등으로 확대됐다. 이날 기준 방역패스 유효기간이 지난 미접종자는 34만 3000명으로 이들은 3000㎡ 이상의 쇼핑몰, 마트, 백화점, 농수산물유통센터, 대규모서점 등 전국 2003곳을 이용할 수 없게 된다. 그동안 QR 대신 전화로 인증하는 ‘안심콜’을 이용해오던 중장년, 노년층을 중심으로 특히 혼란이 크게 일어나는 양상이다.

10일 오후 서울 성동구의 한 대형마트 출입구에서 시민들이 방역패스를 확인하기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직원이 앱 업데이트가 되지 않은 고객을 안내하면서 대기 줄이 길어지고 있는 모습이다.(사진=이용성 기자)
고령층 중심으로 혼란

방역패스 확대 적용 첫날인 10일 이데일리가 서울 여의도와 성동구, 강서구 대형마트와 명동 등 백화점을 방문해본 결과, 하나같이 출입구에선 “방역지침에 따라 방역패스 의무화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고객님은 다소 불편하시더라도 입구에서 QR체크 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방송이 흘러나왔다. 입구를 관리하는 직원도 방역패스 지침이 쓰여있는 자료를 들고 쉼 없이 고객들에 확인과 안내를 했다.

백화점보다는 이용객 연력층이 높은 대형마트에서 입구 대기 줄이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모습이었다. 젊은층 고객이 많은 백화점과 쇼핑몰은 미리 QR 코드를 준비해 온 시민들이 많아 접종 발급 안내음인 ‘딩동댕’ 소리가 대부분이었지만, 마트에선 미발급 안내음인 ‘딩동’ 소리가 종종 들렸다. 주로 중장년과 노년층으로, 2차 이상 접종을 마쳤음에도 방역패스 이용에 어려움을 겪어 직원의 안내로 인증 어플리케이션 업데이트 등 절차를 거쳐야 했다.

이날 오전 성동구 한 마트 출입구에서 직원의 제재를 받은 80대 윤모씨는 “우리 애들이 QR인증 등록해줘서 쓰는데 이거 찍었더니 안된다고 하잖아”라며 “두부 사러 온 마트에서도 이걸 찍으라고 하니까 불편하지. 우리한텐 좀 어려워”라고 볼멘소리를 했다. 바쁘게 장을 보러왔다는 60대 김모씨도 “뭘 다시 하래서 직원이 해줬다. 장 보러 올 때마다 이거 해야 하는거냐”고 되물었다. 입구관리 직원은 대기 줄이 길어지자 “다음 주 월요일부터는 이렇게 일일이 설명 못해 드려요. 미리 하고 오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다른 직원은 “백화점과 마트는 16일까지 계도기간이라 접종내역 업데이트를 하지 않아도 입장이 가능하다”면서 “대부분은 이미 내용을 알고 있지만, 미접종자보다 접종내역 업데이트를 하지 않은 어르신들을 케어(안내)해야 해서 새로 투입된 직원들이 도우미 역할을 하고 있다”고 했다.

백화점, 마트 한켠엔 코로나19 음성판정을 받은 PCR 음성확인자(48시간 이내), 만18세 이하 청소년, 코로나19 감염 후 격리해제자 등이 전자·종이증명서를 보여주고 출입할 수 있게 출입자 명부가 마련돼 있었다. 명동의 한 백화점을 찾은 카타르 출신 여성(38)은 “2차 접종 완료를 증명할 종이증명서를 휴대폰사진으로 찍어서 들고 다닌다”며 “조금 불편하긴 하지만 직원에 보여주면 어디든 갈 순 있으니 불합리하다곤 생각되지 않는다”고 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형 백화점 내 카페에서 방역패스를 확인하기 위해 시민들이 대기줄을 서 있다.(사진=조민정 기자)


식당, 카페는 본격적으로 방역패스 적용

한편 식당과 카페는 이날 계도 기간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방역패스 제도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미접종자·기간 만료자가 시설을 이용할 경우 이용자와 시설 운영자는 1회 위반에 각 10만원, 150만원 과태료를 내야 한다. 백화점에 입점한 식당·카페는 백화점 방역패스와 별도로 가게마다 방역패스를 또다시 확인하기도 했다. 백화점 지하 종합 식당가엔 키오스크마다 ‘방역패스 안내’라는 하늘색 어깨 띠를 두른 안내 직원이 상주하고 있었다. 이들은 주문을 마친 손님들에게 방역패스 확인을 요청하고 이후 ‘방역패스 확인 완료’ 문구가 적힌 초록색 종이를 배부해 증명을 확인했다.

종로구 한 한식당 관계자는 “오늘부터 과태료를 문다고 해서 QR인증 기기를 하나 더 늘렸다”며 “바쁜 시간에 어영부영 지나가는 손님들도 있는데, 다른 손님이 신고할까 신경쓰게 되더라”고 했다. 서대문구 한 일식당 관계자는 “단골 손님들은 3명씩 두 테이블을 나란히 앉게 해달라고 하고, 어떤 손님은 일행 중 1명만 깍두기로 봐달라고 했는데 안된다고 했다”며 “단골은 섭섭해하고, 우리는 장사를 놓치고 이게 누굴 위한 건지 모르겠다”고 한숨 쉬었다.

방역패스의 형평성, 실효성 논란에도 방역당국은 여전히 방역패스의 필요성을 역설중이다. 권덕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이날 오전 코로나19 중대본 회의에서 “(지난) 12월 6일 방역패스를 확대하고 2주 뒤부터 감염확산이 억제되고, 실제 확진자 수가 감소하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11월 일상회복 과정에서 방역패스 도입을 통해 거리두기를 완화할 수 있었고, 12월에 다시 위기를 맞이했을 때에도 방역패스 확대를 우선 추진해 거리두기 강화를 최대한 늦출 수 있었다”고 방역패스 효과를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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