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부동산 의혹에 칼 빼들었지만…`셀프 소명` 지적도(종합)

12명 중 6명 소명 완료·5명 탈당 권유…한무경은 제명안 상정
`전원 일괄 탈당` 권고 내렸던 민주당과 비교되기도
박상병 "부동산 정책 관련해서 할 말 없어지게 될 것"
  • 등록 2021-08-24 오후 5:38:36

    수정 2021-08-24 오후 9:05:38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국민의힘이 국민권익위원회의 부동산 거래 전수조사에서 의혹이 드러난 의원들에 대해 `칼`을 빼들었다. 여론이 민감한 부동산과 관련해 봐주기 시도를 했다간, 대선을 앞두고 여론의 질타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서 권익위원회 조사를 받은 더불어민주당에 비해선 징계 수위가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준석(오른쪽) 국민의힘 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부동산 불법거래 의혹’과 관련한 긴급 최고위원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국민의힘은 24일 비공개 최고위를 열고 12명의 의원들 중 강기윤·이주환·이철규·정찬민·최춘식 의원 5명에 대해선 탈당을 권고, 한무경 의원의 경우엔 제명 절차를 밟기로 했다. 김승수·박대수·배준영·송석준·안병길·윤희숙 의원은 소명이 받아들여졌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 본관에서 취재진을 만나 “최고위원회는 장시간 논의 끝에 모두의 뜻을 모아 `만장일치`로 결정했다”고 했다. 최고위는 이날 오전 8시부터 약 7시간 동안 화상회의를 통해 각 의원들의 소명을 듣고 징계 수위를 논의했다. 전날 권익위원회 발표에 따르면, 이들은 △농지법 위반(6건) △공공주택특별법·건축법·토지보상법 등 위반(4건) △편법 증여(2건) △부동산 명의신탁(1건) 총 13건의 법률 위반 혐의에 연루됐다.

이 대표는 논의 결과를 발표하면서 “안병길, 윤희숙, 송석준 의원은 해당 부동산이 본인소유도 아니고 본인이 행위에 개입한 바가 없는 것으로 판단됐다”며 “김승수, 박대수, 배준영 의원의 경우 토지의 취득경위가 소명됐고, 이미 매각됐거나 즉각 처분의사를 밝혔다”고 밝혔다.

아울러 “강기윤, 이주환, 이철규, 정찬민, 최춘식, 한무경 의원의 경우 모두의 뜻을 모아 만장일치로 탈당과 함께 수사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면서 “한무경 의원의 경우 다음 의원총회에 제명안을 상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의힘 당규에 따르면, 국회의원에 대한 제명은 윤리위원회 의결 후 의원총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확정한다. 물론 제명안이 가결되더라도 무소속 신분으로 의원직은 유지할 수 있다. 또 탈당 권유 징계의결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탈당 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자동으로 제명된다.

한 의원은 권익위원회 조사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그는 강원도 평창군 소재 11만㎡ 상당 규모의 토지에 대해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고 있다. 한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이번 농지법 위반 의혹을 받는 토지는 2004년, 2006년에 매입한 땅으로 권익위는 조사결과를 발표하기 전 ‘경작 여부’와 ‘농지 형상’ 등을 현장을 방문해 조사했어야 하나 그런 과정을 생략됐다”면서 “최근 민주당 모 의원의 농지법 위반 공소시효 도과를 볼 때 본인 건은 민주당 의원보다 훨씬 과거 시점에 매입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히 공소사실 도과 결정이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권익위도 인지하고 있음에도 여야 동수를 맞추기 위한 끼워맞추기식 조사결과를 발표했다”며 “무혐의 수사 결과를 몸소 증명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교롭게도, 대선주자인 윤석열 전 검찰총장 캠프에 몸을 담고 있는 의원들이 다수 포함되면서 윤 전 총장의 캠프 운영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제명 위기의 한무경(산업정책본부장) 의원을 비롯해 정찬민(국민소통위원장)·이철규(조직본부장)·송석준(기획본부장 겸 부동산정책본부장)·안병길(홍보본부장) 의원이 윤 전 총장을 돕고 있는 상황이다.

캠프 측은 이들 중 한무경·정찬민 의원은 캠프 관련 직책에서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혀왔고, 이를 수용했다고 알렸다. 이철규 의원의 경우, 관련 의혹에 대해 당에 추가 해명 기회를 요청했기에 소명 절차를 지켜본 뒤 판단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당 지도부가 고심 끝에 내린 결정임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예상했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도 내린다. 앞서 민주당은 같은 권익위원회 조사에서 의혹이 제기된 12명의 의원 전원에 대해 일괄적으로 탈당 권고 조치를 내렸었다. 물론 비례대표 2명을 제외한 10명이 모두 여전히 당적을 보유 중이다. 이에 대해 이 대표는 당 소속 의원의 부동산 비리에 대해 민주당보다 더 강경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공언했었다.

탈당 권고 및 제명 처분을 받은 의원들이 모두 당의 처분을 받아들인다면, 의석 수가 104석에서 98석으로 줄어들면서 개헌 저지선인 100석이 무너질 수 있다는 것도 문제다. 익명을 요구한 초선 의원은 “탈당 권고를 받은 민주당 의원들은 지금도 그대로 있지 않느냐”며 “개헌 저지선이 무너지는 위험이 있음에도 지도부가 큰 결단을 내린 것이라 볼 수 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대보다 미흡한 처분이라고 입을 모은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단호한 조치를 예고하지 않았나. 이른바 `셀프 소명`이다. 이럴 바엔 권익위원회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면서 “앞으로 부동산 정책 관련해서 문재인정부를 비판해야 할 국민의힘이 할 말이 없어지게 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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