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인정하기 어렵지만….” 27일 밤에서야 라임자산운용 무역금융펀드 금융분쟁조정위원회 결정을 받아들인 신한금융투자는 이런 입장을 보도자료에 담았습니다.
마찬가지로 수락한다는 뜻을 전한 나머지 판매회사 세 곳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겠지만, 이를 애써 삼킨 것과는 달랐습니다.
“지난 7월 이사회에서 결정을 한차례 연기하면서 법률검토 등을 면밀히 진행하였으며, 본건이 소비자 보호와 신뢰회복 차원 및 금융시장의 안정을 위하여 중대한 사안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하고 이같은(수용) 결정을 내리게 됐다.”(우리은행)
“검찰수사와 형사 재판 등 법적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에게 신속한 투자자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여 분조위안을 수용하기로 하였음. 이는 하나은행이 지속적으로 밝혀온 투자자 보호대책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손님보호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감안한 은행의 대승적 결정임”(하나은행)
“이번 결정은 적극적인 고객 보호 방안을 최우선에 놓고 심사숙고한 결과입니다. 분조위 조정결정서에 명기된 내용들과 현재 진행되고 있는 운용사 및 PBS제공 증권사 관계자들의 재판 과정 등을 참고하면서, 향후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통해 구상권을 행사하는 등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입니다.”(미래에셋대우(006800))
|
전문을 보면 신한금투가 “기준가를 임의로 조정하였다는 부분, 라임과 함께 펀드 환매 자금 마련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펀드 투자구조를 변경하였다는 부분, IIG 펀드의 부실과 BAF 펀드의 폐쇄형 전환에 대응하기 위해 투자구조를 변경했다는 부분, 2018년 11월 이후 판매한 무역금융펀드 자금이 기존 자펀드의 환매대금에 사용되었다는 부분 등에 대해서도 인정하기 어렵다”고 공식적으로 언급한 이유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한편 전문가들은 유사한 사모펀드 사기사건에 휘말린 투자자들에게 결정서를 일독하라고 권합니다.
당장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돈이 묶인 투자자들은 28일 라임 사례를 인용,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로 귀결될 것이라고 100% 확신한다”며 “금감원이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성명을 냈습니다. 전례 없는 투자원금 전액 반환을 자신들 일인양 한껏 고무돼 있습니다. 아직 막연해 보이는 이런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결정서를 참고해 법리를 깐깐히 따져봐야 할 것입니다.
같은 날 금융정의연대와 사모펀드피해자공동대책위원회도 “(라임)사태가 종지부를 찍은 건 아니다”고 선을 긋습니다. “라임 무역금융펀드도 2018년 11월 이전 건들이 남아 있으며 다른 라임 펀드들도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만큼, 이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조속히 나서달라”고 촉구했습니다. 하지만 손실액이 확정되지 않아 수년을 더 기다려야 할 판입니다. 금감원 측은 안타깝지만, 건건이 사실관계에 따라 법 적용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합니다.
지난 6월30일 분조위 결정일로부터 세자면 약 두 달(59일)을 끌어온 전액 환급 논란은 어제부로 일단락됐습니다. 누구도 `가보지 않았던 길`입니다. 투자자 책임원칙을 무너뜨린 선례가 생겼다는 점에서 `자본시장에 미칠 수 있는 부작용을 우려`하는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금융당국 또한 밀려들 분쟁조정 신청 속에서 스텝이 꼬이지 않도록 더 신경을 써야겠죠. 뭔가 뒷맛이 개운치는 않은 게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