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혈단가에 뿌리째 흔들"..주조업계, 납품가 현실화 촉구

11일 주물업계 비상총회
"생산할 수록 손해" 고사 위기
  • 등록 2017-01-11 오후 1:00:00

    수정 2017-01-11 오후 1:00:00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대기업에 납품하는 중부지역에 위치한 A사. 물량이 줄고 납품단가를 낮추면서 최근 5년 새 370억원대이던 매출이 230억원으로 38%가량 줄었다. 납품 물량도 1만7000톤에서 1만 2500톤으로 27%가량 쪼그라들었다. 납품단가 역시 대기업의 압력으로 kg당 1600원대에서 1300원대로 19%나 뚝 떨어졌다.

영남지역에 있는 B사 역시 같은 기간 매출이 630억원대에서 440억원로 축소됐다. 물량도 3만4000톤에서 2만4000톤으로 감소했다. 납품단가는 대기업 횡포로 kg당 1400원대에서 1150원대 18%가량 내렸다.

국가 기초·기반산업으로 불리는 주물산업이 수익성 악화로 고사 위기에 직면했다. 경기침체 속에서 수요처인 대기업이 납품단가 인하를 요구하고 업체간 출혈경쟁을 유도하면서 부담이 가중된 탓이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은 11일 서울 여의도 중기중앙회관에서 비상임시총회를 개최하고,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상을 촉구했다.

이날 총회에 참석한 180여명의 업체 대표들은 “원·부자재 가격 급등, 최저임금이나 전기료 등의 인상으로 인한 제조원가 상승분이 납품단가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다”며 “생산하면 할수록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수요처에서 제조원가 상승분을 반영하고, 합당하게 납품단가를 인상해 주지 않으면 더는 자력으로 견딜 수도, 생산도 할 수 없어 공장가동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주물업계는 2007년부터 대기업과 원가변동에 따른 납품단가 연동제를 추진해 왔지만, 소수의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생산원가를 무시한 채 가격 인하만 강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일부에서는 원·부자재나 전력비 인상분을 반영해주고 있지만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인건비 인상분 등은 반영해 주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 따르면 원가에서 40% 가량 비중을 차지하는 인건비와 전기료가 지난 10년간 각각 71.6%, 49.8%나 인상됐지만 그동안 납품가에 반영되지 않았다. 특히 주요원자재인 고철과 선철 가격만 보더라도 지난 1년새 각각 78.2%, 선철은 10.5%나 뛰었지만 납품가를 인상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주물업계 납품가는 최근 5년간 평균 15~20%가량 떨어졌다. 생산능력이 국내 100배 이상인 중국의 저가제품이 국내시장을 파고들고 있는데다 전방산업인 조선업이 쇄락하고 자동차·중장비 등의 대기업이 해외로 이전하면서 평균 40%이상 물량이 감소했다.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주물업계 5대 품목인 자동차부품, 중장비부품, 공작기계,조선기자재, 산업기계 관련 평균 가동률은 지난해 60.9% 정도에 불과할 정도. 이에 자동화시설, 환경시설 등 청정산업으로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투자를 늘려야 하는 상황이라 자금부담은 가중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물업계 관계자는 “전국 600개 업체, 연간매출 6조원에 달하는 주물업계가 고사 직전”이라며 “원가절감 등 자체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수요처가 원가인상분을 조금이라도 반영해 주지 않으면 한계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거듭 호소했다.

한국주물공업협동조합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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