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 팬덤 고민? 난 음악으로 사람 연결하고 싶을 뿐"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내달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 출연
그래미상 수상 테오파니다스 작품 초연
"음악으로 삶의 아름다움 전하고 싶어"
  • 등록 2024-07-29 오후 6:30:00

    수정 2024-07-29 오후 6:54:36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클래식 음악 팬덤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이가 있다. 한국계 미국인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46)이다. 용재 오닐은 2007년 결성한 실내악 그룹 ‘앙상블 디토’로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서 처음으로 ‘팬덤 열풍’을 일으켰다. 2009년에는 디토 페스티벌을 개최하며 클래식 상업화의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앙상블 디토는 2019년 해체했지만, 용재 오닐이 보여준 클래식 음악계 팬덤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앙상블 디토 해체 이후 5년이 지난 지금 용재 오닐은 클래식 음악 팬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그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앙상블 디토 활동을 하면서도 예술은 모두를 위한 것인지 아니면 특정 소수를 위한 것인지 상반된 생각들 사이에 고민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유명한 음악가를 쫓고 인기를 숭배하는 현상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이지에 대해서는 말하기 어려워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어요. 사람들을 음악으로 연결하는 방법을 우선 고민하기로 했죠. 오히려 생각이 열리고 복잡한 마음이 사라졌어요.”

음악으로 사람들을 연결하고 싶은 용재 오닐의 마음을 다음 달 16일부터 9월 2일까지 예술의전당 콘서트홀·IBK챔버홀과 JCC아트센터 등에서 열리는 ‘제7회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에서 다시 확인할 수 있다. ‘힉엣눙크’(Hic et Nunc)는 라틴어로 ‘여기 그리고 지금’(Here and Now)이라는 뜻. 1994년 창단한 실내악단 세종솔로이스츠가 2017년부터 여름 시즌에 선보여온 클래식 음악 축제다.

전 세계 수많은 연주자들이 세종솔로이스츠를 거쳤다. 용재 오닐도 그 중 한 명. 용재 오닐은 2001년 세종솔로이스츠에 입단해 활동한 바 있다. 용재 오닐은 “‘힉엣눙크! 뮤직 페스티벌’의 일원으로 다시 세종솔로이스츠에 돌아오게 돼 정말 기쁘다”며 “세종솔로이스츠에서 실내악에 대해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실내악 외에 다른 일을 할 때도 꼭 알아야 할 많은 것들을 익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사진=세종솔로이스츠)
용재 오닐은 다음 달 27일 세종솔로이스츠 창단 30주년을 축하하는 무대에 오른다. 미국 작곡가 크리스토퍼 테오파니다스의 비올라 협주곡을 아시아 초연으로 선보인다. 용재 오닐은 이 작품으로 2021년 제63회 그래미 시상식에서 ‘최고의 클래식 기악 독주’ 부문을 수상했다. 테오파니다스가 2001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서 9·11 테러를 목격하며 작곡한 작품이다. 용재 오닐은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표현한 곡”이라며 “한국에서 이 곡을 연주하는 것은 저에게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올해는 용재 오닐의 한국 데뷔 20주년이다. 그를 한국에 데뷔시킨 클래식 기획사 크레디아의 30주년이기도 하다. 이를 기념해 오는 12월에는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 장유진, 첼리스트 문태국, 클라리네티스트 김한과 실내악 공연 투어를 진행한다. 내년에는 솔로 리사이틀도 계획하고 있다. 2020년 입단한 세계적인 현악 사중주단 타카치 콰르텟 활동도 이어간다. 용재 오닐은 “벌써 40대지만 아직도 음악적인 고민이 많다”며 “사람들이 제 음악을 듣는 순간만큼은 삶이 아름답고 괜찮은 것임을 느끼게 해주고 싶다”고 전했다.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 (사진=세종솔로이스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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