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권효중 황병서 기자]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적용 품목·차량 확대를 놓고 엿새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화물연대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 지속적인 투쟁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이들은 정부가 위헌적, 강제적인 방식의 ‘명령’이 아닌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지만, 정부는 시멘트 부문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강행함에 따라 강대강 대치 속 파업 장기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 화물연대본부 총파업 엿새째인 29일 오후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삼거리에서 부산본부 조합원들이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반발하는 집회를 열고 부산지역본부 송천석 본부장이 삭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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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는 29일 오전 10시 용산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국토교통부가 지난 6월 안전운임제를 약속해 파업을 철회했지만 아무것도 지켜지지 않은 채로 화물 노동자들이 과로와 과속, 과적에 시달리고 있다”며 “불통과 독선에 의거한 업무개시명령이 아닌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비슷한 시간 윤석열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해 시멘트 분야 운송거부자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들의 이익을 관철하기 위해 국민의 삶과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고 있다”며 “더 늦기 전에 각자의 위치로 복귀해달라”고 했다. 그러면서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엄정하게 묻겠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불법 행위에 대한 정부의 엄정 대응 원칙에 발맞춰, 경찰도 파업 현장에 1559명의 경력을 배치하고 집단 운송 거부 과정에서의 불법 행위를 수사하고 있다. 교통경찰과 순찰차 등도 동원해 주·정차 위반, 기타 법규위반 등에 대한 단속도 벌이고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전날 “업무개시명령을 송달하는 공무집행 과정에 일체의 방해행위가 없도록 형사·기동대 등 모든 역량을 투입하겠다”며 “운송 복귀 거부자는 물론, 업무개시 명령 위반을 교사·방조하는 집행부에 대해서도 엄정하고 신속하게 수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이날까지 경찰은 비조합원을 폭행하거나 비조합원의 차량 운행 방해를 목적으로 물체를 투척한 사건 9건, 관계자 15명을 수사하고 있다. 부산에선 지난 26일 화물차량 손괴에 이어 이날도 트레일러 차량에 라이터를 던지고, 경찰 체포를 방해하며 물병을 던진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이 업무방해와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현장에서 체포됐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을 정부의 탄압으로 규정,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던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ICD)를 포함해 전국 16곳의 거점에서 삭발식 등 투쟁 결의대회를 진행했다. 화물연대는 “정부는 형식적인 교섭에만 임하고, 업무개시명령이라는 탄압에 나섰다”며 “더 큰 투쟁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예고했다.
화물연대는 이번 업무개시명령이 국제노동기구(ILO) 협약에 규정된 노동자들의 파업권을 침해한다며 긴급개입 등도 요청했다. 화물연대는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제운수노동조합연맹과 함께 ILO 사무총장, 국제연합(UN) 특별보고관에 긴급개입을 요청하는 서한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편 화물연대와 국토교통부의 1차 협상은 지난 28일 결렬됐으며, 이들은 오는 3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2차 협상을 갖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