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저출산·고령화로 의무지출 급증…엄격한 재정준칙 필요"

14일 이주열 한은 총재 기자간담회
"적극재정 불가피하지만, 국가채무 억제 노력 필요"
"단순성·강제성·유연성 기준서 재정준칙 살펴야"
  • 등록 2020-10-14 오후 3:16:29

    수정 2020-10-14 오후 3:16:29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이데일리 원다연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최근 빨라진 국가 채무 증가 속도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 총재는 우리나라의 인구구조 특성상 의무지출이 급증할 수 밖에 없다며 엄격한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주열 총재는 14일 통화정책방향 결정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뒤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금은 재정의 적극적인 운용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국가채무를 지속가능한 수준으로 억제하는 각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대응 과정에서 잇따른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으로 올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43.9%로 올라섰다. 2024년에는 58.3%까지 올라 60%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전날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1%포인트 증가할 때마다 국가신용등급이 0.03단계 하락한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이에 따라 정부 전망대로 2045년 국가채무비율이 99.6%까지 오른다면 국가신용등급이 2단계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이 총재는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 가계와 기업을 보호하여 장기적인 성장기반 훼손을 막기 위한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은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면서도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도 눈여겨 들을만한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저출산이 너무 심각하고 고령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태생적으로 비기축통화국이라는 점은 분명히 앞으로 우리의 재정 운용에 있어 위험요인”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92명으로 역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수는 지난 2018년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1명 아래로 떨어진 뒤 계속해 내려가고 있다. 고령 인구 비중은 지난해 14.9%로, 2067년 46.5%까지 치솟을 것으로 전망돼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속도를 나타내고 있다.

이 총재는 이같은 상황에서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한 엄격한 재정준칙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정부는 앞서 지난 5일 2025년부터 국가채무가 GDP의 60%를 넘거나 GDP 대비 재정적자비율이 -3%를 밑돌지 않도록 의무적으로 관리하는 이른바 ‘한국형 재정준칙’이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이 총재는 이에 국가재정 운용에 ‘자기규율’을 마련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우리 인구구조 특성상 의무지출의 급증을 고려해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빠른 저출산 그리고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인해서 연금이라든가 의료비 등 의무지출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장기적인 재정건전성 유지를 위해서는 엄격한 재정준칙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형 재정준칙에 대해 IMF가 앞서 제시한 효과적인 재정기준의 3개 원칙에 비추어 심도있는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봤다. 이 총재는 “2018년 IMF가 효과적인 재정준칙의 기준으로 단순성, 강제성, 유연성을 제시했다”며 “재정총량지표에 대한 목표가 단순하게 제시되어야 한다는 것, 법적 구속력이나 투명한 감시기구를 둬야 한다는 것, 위기시에는 재량적으로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정부가 마련한 재정준칙안에 대해서도 다양한 견해가 제시되고 있는데 국회를 중심으로 정말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최선의 방안이 마련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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