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삼성전자(005930)가 홍채 인식 등 첨단 기술을 집약해 내놓은 야심작 ‘갤럭시노트7’이 결국 단종되면서 향후 삼성의 스마트폰 전략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능 혁신 중심의 하드웨어 전략과 시장 선점에 집착한 조급증이 단종이란 초유의 사태로 이어진만큼 앞으로는 디자인 변화 쪽으로 전략의 중심축이 옮겨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연장선 상에서 새로운 혁신의 방향이 폴더블 스마트폰(접는 스마트폰)에 맞춰질 것이란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서는 삼성을 대체할 경쟁자가 없어 갤노트7 단종에 따른 대기수요는 차기작인 ‘갤럭시S8’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 삼성디스플레이가 개발한 ‘플렉시블 올레드’ 모바일 디스플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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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더블 스마트폰 등 편의성 중심의 디자인 혁신 예상1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은 이번 갤노트7 단종을 계기로 다양한 제품구성과 기능 중심의 하드웨어 전략에서 벗어나 브랜드 및 라인업 재정비와 편의성 중심의 디자인 변화에 초점을 맞출 것으로 예상된다. 이재용 부회장도 실용주의 관점에서 갤노트7 사태로 불거진 무선사업부(IM) 부문의 부정적 요소를 과감히 제거하고 원점에서 새로 시작하는 방향을 모색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2일 올 3분기 잠정실적 정정 발표에서 기존 영업이익을 2조 6000억원이나 대폭 줄이며 단종 리스크를 한번에 털기로 결정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 상황 역시 하드웨어 사양의 상향 평준화가 빠르게 진행돼 화웨이 등 중국업체들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은 제품을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갤럭시만의 차별성이 상당 부분 희석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따라서 삼성은 연내 이번 단종 사태를 수습하고 내년부터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보유한 ‘플렉시블 올레드’(flexible OLED)을 적극 활용해 IM부문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것으로 예상된다.
IM부문의 실적도 단기적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스마트폰의 제품 개발 및 품질관리, 부품 공급망 등을 전반적으로 점검·보완할 수 있는 기회가 돼 긍정적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이런 이유로 차기작인 갤럭시S8의 조기 등판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많다. 김동원 현대증권 연구원은 “삼성의 부품 및 가전 사업 경쟁력을 감안할 때 갤럭시노트7 단종 여파가 중장기 이익을 크게 훼손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드로이드 내 삼성 입지 탄탄…갤S8로 대기수요 몰릴것비록 갤노트7 사태가 단종으로 마무리 됐지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의 지위가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이란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 내에서 아이폰의 iOS와 삼성의 안드로이드 계열은 소비자 간 역선택이 제한적이란 분석 때문이다.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 자료를 보면 실제 올해 프리미엄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은 400달러(약 45만원) 이상에선 68%, 500달러(56만원) 이상에선 78%에 달하는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또 전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60%를 차지하는 안드로이드 계열 내에서 삼성의 점유율은 증가세를 유지해왔다. 안드로이드의 점유율도 iOS를 꾸준히 앞서며 2011년 이후 50% 이하로 내려간 적이 없다. 따라서 안드로이드 계열 소비자들의 관심은 삼성이 내년 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에서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갤럭시S8에 쏠릴 수 밖에 없다. 이번 갤노트7의 교환·환불 공지에 대해서도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차후 갤럭시S8로 교환할 수 없냐”는 소비자 문의가 계속 올라오고 있다.
김선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안드로이드 소비자들은 애플보다는 현재 삼성 제품을 사느냐 내년에 신제품을 사느냐를 먼저 고려할 것”이라며 “갤노트7 단종에 따른 대기수요는 내년 1분기 출시될 갤럭시S8로 대거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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