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삼성물산 임시주주총회에 참석한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합병안이 통과된 후 법정 소송부터 위임장, 여론까지 삼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지니먼트가 합병 반대를 표명한 후 공세를 강화하자 삼성물산은 합병성사를 위해 임직원들의 역량을 총동원했다. 지난해 삼성그룹이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추진했다가 결국 무산된 전력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삼성물산(000830)의 최고경영자(CEO)인 최치훈 건설부문 사장과 김신 상사부문 사장은 얼리엇의 공세가 시작된 후 지난 6주간 국내외에서 주주들을 직접 만나며 동분서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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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사장은 합병 결의 후 해외 기관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유럽과 동남아 등을 수차례 오갔고, 주총 직전까지도 해외에 머물며 투자자들을 설득했다.
최 사장은 지난달 19일에는 김신 사장과 함께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와 콘퍼런스콜을 진행했다. 그는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분쟁을 겪고 있는 앨리엇과는 접촉의사가 전혀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히면서도 “주주로서 엘리엇이 추가 자료를 요구할 경우 줄 수 있는 것은 다 주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엘리엇과 당당하게 정면승부를 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신 사장은 1979년 삼성에 입사해 2010년 12월부터 삼성물산 상사부문 사장을 맡아왔다. 김 사장은 재무를 비롯한 회사 내부사정에 그 누구보다 정통하다는 점에서 합병 필요성을 알리는 역할에 주력했다.
김 사장은 지난달 30일 국내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열린 긴급 기업설명회(IR)에서 “시장 상황이 안 좋아 상사와 건설 모두 공격적인 경영을 할 여건이 못 된다”며 “역량이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는 건 힘들기 때문에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추진하는 것”이라며 설득했다.
김 사장은 주총을 이틀 앞둔 지난 15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한표 한표가 중요한 상황”이라면서 “장기적인 주주가치 향상에 도움되는 방향으로 경영하겠으니 지지를 해달라”고 호소했다.
주총을 2주 앞두고 ISS 등 해외 의결권 자문기관들이 잇따라 합병반대 의견을 내면서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그룹 차원의 최고 경영자들도 적극 나섰다.
삼성물산과 달리 합병반대 여론이 없었던 제일모직(028260)은 엘리엇의 합병 반대공세가 강화되자 CEO들의 삼성물산과 보조를 맞춰가며 측면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윤주화 제일모직 패션부문 사장은 지난달 30일 IR에서 “합병법인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하게 되며 주요 계열사와의 파트너십 강화를 추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통합 삼성물산이 사실상 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맡을 것이라는 비전을 처음 언급해 주주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냈다.
김봉영 제일모직 건설·리조트부문 사장은 지난 15일 기자들이 합병무산 가능성을 언급하자 “합병 무산에 대비한 플랜B는 없기 때문에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기도 했다. 이날 열린 제일모직 주총은 30여분만에 일사천리로 삼성물산과의 합병을 포함해 모든 안건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이밖에 윤용암 삼성증권 사장은 수요 사장단회의에 참석차 서초사옥에서 기자들을 만날 때마다 합병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엘리엇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하는 언급으로 주목을 받았다.
최치훈 사장은 “주총 합병결의는 예상보다 큰 차로 통과되어 주주여러분이 합병의 필요성을 인정해주셨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앞으로 합병법인 출범까지 많은 어려움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중한 자세로 최선을 다해 합병 절차를 마무리 하겠다”며 “합병에 반대한 주주들과의 소통을 적극적으로 넓혀 나가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