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함께 국내 가전업체 2강으로 군림했던 LG전자(066570) 주가가 속절없이 추락하고 있다. 실적 악화를 우려한 주주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앞으로도 뚜렷한 경쟁력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하반기 이후에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라는 의견이다.
29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LG전자 주가는 전거래일대비 4.84%, 2400원 하락한 4만715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2011년 발행한 1조원 규모 유상증자 발행가액(5만1600원)보다 낮은 것은 물론, 4만6400원을 기록한 2003년 6월 23일 이후 가장 낮은 금액이다. 스마트폰은 고사하고 카메라를 단 휴대폰이 막 출시되던 12년 전의 주가 수준으로 돌아간 것이다.
이달 25일에는 8년 6개월만에 5만원선이 붕괴된 이후 3거래일 연속 52주 신저가를 갱신했다. 현재 시가총액은 7조7160억원으로 한달 전보다 1조5000억원 가량 빠졌다.
회사가 주력 분야로 두고 있는 스마트폰과 TV의 경우 국내외 업체와의 경쟁에서 밀리면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애플 등 해외 선도 업체들의 지위가 공고해지는 상황에서 샤오미·스카이워즈 등 신규 업체들까지 진입해 입지가 점차 좁아지는 것이다.
스마트폰 등을 판매하는 MC사업부는 프리미엄폰인 G4가 출시됐지만 국내 판매 부진과 초기 마케팅 비용 지출로 영업이익 감소세가 예상된다.
노근창 HMC투자증권 연구원은 “세계 휴대폰 시장 수요 40%를 차지하는 중국·인도·인도네시아에서는 진입장벽이 낮은 중저가 스마트폰 위주로 자국 업체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다”며 “프리미엄 시장을 양분한 애플과 삼성에 끼지도 못하고 중저가 시장에서도 밀려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애널리스트는 “시가총액이 8조원대가 깨진 심각한 상황인데 그룹 차원에서 터닝포인트를 만들지 못하고 있어 너무 무관심한 것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다음달 실적 발표 때 신모델 라인업이나 마스터플랜 제시 등 투자자 마음을 되돌릴 수 있는 조치를 하지 않으면 추가 하락의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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