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천성 판막질환 태아, 심장수술 없이 엄마 뱃속서 풍선으로 치료

태아의 좁아진 대동맥판막에 풍선확장술, 심장기능 73%까지 회복
  • 등록 2016-02-02 오후 3:12:14

    수정 2016-02-02 오후 3:12:14

[이데일리 이순용 기자] 선천적으로 심한 판막질환을 갖고 있는 태아는 출생 후 여러 번의 가슴을 여는 심장수술 치료를 받아했다다. 그런데 최근 국내 의료진에 의해 출생 이전 엄마 뱃속에서 좁아진 판막을 풍선으로 넓히는 시술이 가능해져 태아치료 분야의 새로운 장이 열리게 됐다. 이 시술의 가장 큰 장점은 아기가 태어나서 여러 번의 심장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서울아산병원 산부인과 원혜성·이미영 교수와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팀은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을 앓고 있는 29주의 태아에게 최근 엄마 뱃속에서 대동맥판막 풍선확장술을 시행해 국내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고 밝혔다.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이란 심장의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를 연결하는 문인 대동맥판막이 좁아져 정상적으로 열리지 않아 심부전 등이 발생하고 심장기능이 떨어지는 질환으로 선천성일 경우 임신 20주 전후에 산전 초음파로 쉽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진단이 비교적 쉬운 것에 비해 지금까지 태아에서는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었고, 출생 후에 치료를 하려면 상태가 이미 악화된 경우가 많아 여러 번에 걸쳐 가슴을 절개하는 심장 수술을 받아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34세 서모씨는 임신 24주에 정기 검진에서 뱃속의 태아가 선천성 대동맥판막협착증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일주일에 한 번씩 태아의 심장상태를 확인했다. 하지만 태아의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점점 중증으로 진행되어 출산 후 아이는 치료를 위해 여러 번의 심장수술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원혜성 교수와 이미영 교수는 태아의 심장을 초음파로 확인하면서 엄마 배를 통과해 태아의 대동맥판막까지 카테터를 삽입한 후 소아심장과 김영휘 교수의 도움으로 풍선을 부풀려 좁아진 판막을 넓히는 시술을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행했다.

시술은 약 30분 정도 진행되었으며 이를 통해 태아의 좁아진 대동맥판막이 넓어지면서 심장기능이 73%(50%이상이면 정상)까지 회복했고 추가적인 심장수술도 시행할 필요가 없게 되었다. 태아의 판막 풍선확장술은 지난 1991년에 영국에서 처음 시작되었으며, 현재는 미국 보스턴 어린이 전문병원에서 가장 많은 치료를 하고 있다.

2014년 이 병원에서 시행한 100례 이상의 시술에서 77%의 성공률을 보였으며, 그 중 절반 이상의 태아는 출생 후에 수술을 시행하지 않고도 심장의 기능이 정상적으로 돌아와 시술의 효과와 안전성이 입증됐다.

서울아산병원은 이번 태아치료를 위해 산부인과와 소아심장과, 신생아과, 마취통증의학과가 함께 시술 전 시뮬레이션 등의 철저한 사전 준비를 해왔고, 유기적인 협진를 통해 국내 첫 태아의 판막 풍선확장술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었다.

원혜성 서울아산병원 태아치료센터 교수는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일찍 진단이 되더라도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어 출생 후 여러 번의 심장수술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태아 때 조기치료를 통해 신생아 심장수술에 대한 부담과 부모들의 걱정이 크게 줄어들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동안 1,100례 이상의 태아치료 경험과 진료과 간의 유기적인 협진으로 이번 태아의 판막 풍선확장술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으며, 향후 선천성 중증 대동맥판막협착증의 새로운 치료 패러다임으로 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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