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 누가 책임지나”…이태원참사 잇단 무죄 판결에 유족들 `분통`

용산구청장·前 서울경찰청장, 1심 무죄
유족들 법정서 격앙…“검찰에 항소 촉구”
  • 등록 2024-10-17 오후 3:48:30

    수정 2024-10-17 오후 3:48:30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이게 재판이냐”, “다 무죄면 누가 책임지나”

17일 오전 11시 40분께 서울서부지법 304호실. 이날 이태원참사 부실대응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60) 전 서울경찰청장을 비롯한 서울경찰청 관계자 3명이 1심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자 유가족은 격앙된 감정을 토로했다. 재판이 끝난 뒤에도 유가족의 항의는 이어졌다. 일부 유가족은 김 전 청장이 재판을 마치고 떠나는 과정에서 차량 앞에 누웠다가 경찰에 제지당하기도 했다.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한 혐의로 기소된 김광호 전 서울경찰청장이 17일 오전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에서 무죄를 확정받자 유가족 등이 법원 청사 도로에 주저 앉아 있다.(사진=이데일리 김태형기자)
박희영 용산구청장에 이어 김광호(60) 전 서울경찰청장 등이 1심 재판에서 무죄선고를 받자 이태원참사 유가족의 분노가 들끓고 있다. 유가족은 재판을 마친 뒤 1심 재판부의 판단을 규탄하며 검찰에 항소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서울청 관계자 3인에 대한 업무상과실치사상죄를 무죄로 판결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이들은 “피고인 김광호 등 3인은 참사 당일 서울 지역 내 치안사무를 총괄하고 112신고 상황관리 업무를 책임지는 중요한 직책에 있었다”면서 “피고인들 모두에게 명백히 예견 가능한 인명사고 위험에 대한 대비를 단계별로 소홀히 한 업무상 과실이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김 전 청장과 관련해선 “참사 한 달 전부터 인파 밀집으로 사고 위험성을 인식하고 이에 관해 수차례 보고를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면서 “인파 사고를 스스로 예견했거나 할 수 있었음에도 참사를 회피하려는 조치를 게을리한 업무상 과실이 있는 것”이라고 했다. 류 전 상황관리관에 대해서는 “저녁 9시경 코드 제로 신고를 포함해 여러 차례 접수된 긴급 신고에 대해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았고, 사고 발생 후에도 지연된 보고와 조치로 피해를 키웠다”면서 “이러한 일련의 업무상 과실은 상황관리관의 의무를 근본적으로 저버린 것으로 지난 참사와의 인과관계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했다. 정 전 팀장에 대해서는 “긴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초동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면서도 “그는 참사 직전인 저녁 9시경 코드 제로 신고가 있었고 긴급 공청까지 이뤄졌지만, 사전 초지를 취하지 않았다”고 했다.

유가족은 박 구청장 등 용산구청 관계자가 무죄 선고를 받은 지난달 30일에도 거센 항의를 표하기도 했다. 당시 박 구청장이 경호 인력에 둘러싸여 급하게 법정을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유가족들은 “우리는 인정할 수 없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느냐”, “법정에 오지 말았어야 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오늘의 재판 결과는 우리가 절대 받아들일 수 없고 인정할 수도 없다”면서 “그동안 우리가 2년이라는 세월 동안 우리 아이들의 억울함을 호소했고 책임을 가진 자들이 무책임과 무능을 계속 이야기 해왔다. 좌절하지 않고 끝까지 싸워나갈 것이고 이 죄를 밝혀내는 데 끝까지 가겠다”고 했다. 유가족협의회는 공식 입장문을 통해 “우리는 아쉬움이 남는 이번 판결에 대한 검찰의 항소를 촉구한다”면서 “이번 판결은 이태원 참사에 관한 책임을 묻는 또 다른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관련 1심 선고에서 박희영 용산구청장이 무죄를 선고받자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이 눈물을 보이고 있다.(사진=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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