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반복 거절에도 집요하게 문 두드린 더블루K

회장-사장-임원 완곡한 거절에도 재차 선수단 창단 제안
  • 등록 2016-11-03 오후 2:54:59

    수정 2016-11-03 오후 4:48:01

[이데일리 최선 기자] 비선 실세 최순실 씨가 개인적으로 운영한 더블루K, K스포츠재단이 청와대와 합세해 적자 여파에 빠져있던 포스코에 배드민턴 선수단, 스포츠단 창단을 집요하게 요구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가 수차례 거절의사를 보였음에도 더블루K와 청와대 관계자는 기업을 압박하며 목적을 관철시키려 했던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3일 재계에 따르면 포스코(005490)는 올해 초부터 더블루K와 K스포츠재단의 기금출연과 선수단 창단 압박을 받아왔다. 포스코는 지난해 연결기준 9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창사 이래 첫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환경 악화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포스코에 대해 K스포츠재단은 19억원의 기금을 뜯어낸 상태였다.

하지만 여기에서 무리한 요구는 끝나지 않았다. 1월 말~2월 초께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은 권오준 포스코 회장 측에 배드민턴 선수단 창단을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자신의 선에서 결론을 내리지 않고 황은연 사장에게 이 사안을 맡겼다.

2월 초중순께 더블루K·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은 기획안을 작성했고, 이후 더블루K 관계자와 황은연 사장과의 만남이 성사됐다. 하지만 포스코의 반응은 당초 예상보다 우호적이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겨레, CBS 등 언론을 통해 공개된 K스포츠재단 내부문건 등을 종합하면 황 사장은 “제안서를 받기 어렵다”고 제안을 거절했다. 언론과 인터뷰에서 조모 전 더블루K 대표는 “거절 의사를 표명하기에 알겠다고 하고 나왔다”고 말했다.

이 같은 포스코의 배드민턴 선수단 창단 거절은 2월 26일 K스포츠재단과 안종범 전 수석간 자리에서도 회자됐다.

당시 재단 관계자는 “포스코 사장과 미팅에서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와 체육은 관심 밖에라는 듯한 태도를 느꼈다. 배드민턴 선수단 창단에 관한 이야기보다는 관심사인 바둑을 주제로 이야기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안 전 수석은 “포스코 회장에게 얘기한 내용이 사장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것 같다. 즉시 조치를 취하도록 하겠다”고 다른 방식의 시도를 예고했다.

황 사장이 더블루K와 청와대 측의 요구사항을 외면하고 바둑에 관한 이야기를 꺼낸 것은 상대측 요구에 대한 거절 의사를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해석된다. 평소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고 세종시 바둑협회장을 맡고 있는 황 사장이 대화의 주도권을 잡았다는 얘기다. 포스코는 이후 서모 그룹장을 통해 더블루K 측 제안에 대한 거절 의사를 재차 밝혔다.

이후 안 수석이 회의에서 예고한 ‘즉시 조치’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 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더블루K는 배드민턴 선수단 창단에서 ‘스포츠단 창단’으로 범위를 넓혀 포스코 측을 설득했다. 포스코 양모 상무는 더블루K와 스포츠단 창단 논의를 시작했다. 하지만 협조보다는 사업 추진 속도를 늦춰 더블루K 측을 애타게 만든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배드민턴 선수단도, 스포츠단도 창단되지 않았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당시 구조조정의 일환으로 세아베스틸에 포스코특수강을 매각한 상태였고 이에 따라 운영중이던 배드민턴 선수단을 세아베스틸 측에 이관했던 것”이라며 “사업구조 개편을 위해 회사를 매각하는 상황에 지출이 위주인 배드민턴 선수단을 재설립하라는 요구는 상식적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미르·K재단 강제모금 의혹을 받으며 ‘최순실 파문’ 정점에 서있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2일 오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검에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노진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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