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공예 맥 잇는다…장인의 인생작 '덕수궁 나들이'

22일까지 '시간을 잇는 손길' 전
전승취약 20개 종목 보유자 작품과
현대적 재해석 공예품 등 150여 점
"장인의 땀·숨결·혼…전통 의미 되새겨"
  • 등록 2024-09-09 오후 6:00:00

    수정 2024-09-09 오후 7:19:06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갓을 쓰기 전 머리카락이 흘러내리지 않도록 말총으로 엮어 만든 머리띠를 만드는 ‘망건장’과 호신용 또는 장신구로 사용되는 자그마한 칼을 만드는 ‘장도장’ 등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공예 기술은 낮은 대중성과 사회적 수요 감소로 명맥이 끊어질 위기에 처해 있다.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 활성화 지원사업 특별전시 ‘시간을 잇는 손길’ 중 덕수궁 돈덕전 전시.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 ‘전통기술’ 분야 20개 종목 작품들과 제작도구, 제작 과정 등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최근 전승 단절 위기에 처한 국가무형유산이 덕수궁에서 특별전시로 새로 태어났다. 국가유산청과 국가유산진흥원이 서울 중구 덕수궁 돈덕전 1층 기획전시실과 덕홍전에서 선보이고 있는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 활성화 특별전시 ‘시간을 잇는 손길’을 통해서다. 이달 3일 개막한 전시는 22일까지 이어진다.

국가유산청은 3년 주기로 단절 위기의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을 지정해 지원하고 있다. 올해는 ‘전승취약종목 활성화 지원 사업’을 신설해 연간 5억씩, 총 25억원을 지원하는 5개년 신규 사업으로 추진한다. 이번 전시는 그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국가유산청이 지난해 지정한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은 총 25개. 이 중에서 ‘전통기술’ 분야 20개 종목 150여 점의 작품을 선보인다. 나주의 샛골나이, 낙죽장, 낙화장, 두석장, 망건장, 매듭장, 바디장, 배첩장, 백동연죽장, 사경장, 선자장, 악기장(편종·편경 제작), 윤도장, 장도장, 전통장, 조각장, 탕건장, 한산모시짜기, 화각장 등이다. ‘전통공연·예술’ 분야는 5개 종목으로 가곡, 가사, 발탈, 서도소리, 줄타기 등이다. 전시에 포함되지 않은 ‘전통공연·예술’ 분야 취약종목은 5개(가곡, 가사, 발탈, 서도소리, 줄타기)다.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 활성화 지원사업 특별전시 ‘시간을 잇는 손길’ 중 덕수궁 돈덕전 전시.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 ‘전통기술’ 분야 20개 종목 작품들과 제작도구, 제작 과정 등을 전시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진흥원)
전시품 대다수가 전통공예다. 최영창 국가유산진흥원 원장은 “이번 전시는 빠른 시대 변화로 안타깝게 사라져가는 전통공예를 소개하기 위해 마련했다”며 “K컬처에 대한 높은 관심 속에도 그 원형이라 할 수 있는 전통공예에 관한 관심은 미약하다. 이번 전시를 통해 장인의 땀과 혼, 숨결이 배어 있는 작품으로 전통의 의미를 되새기고 전통공예가 처한 어려운 상황을 돌파하는 하나의 방안이 되면 좋겠다”고 전시 취지를 설명했다.

전시는 덕수궁 돈덕전과 덕홍전 두 곳으로 나눠 진행한다. 돈덕전에서는 전승취약종목 20개 종목 보유자 작품 80여 점을 전시한다. 오랜 시간 전통을 이어온 전승자들의 작품과 함께 제작도구, 제작 과정 영상을 함께 관람할 수 있다. 고인이 된 보유자 4인(나주의 샛골나이 노진남 보유자, 백동연죽장 황영보 보유자, 배첩장 김표영 보유자, 바디장 구진갑 보유자)의 작품도 함께 전시한다.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 활성화 지원사업 특별전시 ‘시간을 잇는 손길’ 중 덕수궁 덕홍전 전시. 국가무형유산 전승자들이 전통기법으로 제작한 작품과 전통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탄생한 생활 공예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진흥원)
덕홍전에서는 위기에 처한 전통공예가 현대에도 명맥을 이어갈 가능성을 보여준다. 국가무형유산 전승자들 11명이 전통기법으로 제작한 작품, 그리고 전통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탄생한 생활 공예품 등 70여 점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직물 위에 얇은 금박을 이용해 다양한 문양을 찍어내는 ‘금박장’은 넥타이로, 얇게 저민 대나무 껍질을 색색으로 물들여 엮는 ‘채상장’은 티슈 케이스로 재탄생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주일 전시감독은 “이번 전시는 전시대 높이를 기존 전시보다 낮게 제작해 관람객이 전시품을 더욱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도록 했다”며 “전통은 대중과 호흡할 때 가치가 생긴다는 생각으로 전통의 깊이가 잘 전달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오는 11일부터 16일까지 하루 2회씩 갓일, 두석장, 매듭장, 배첩장, 나주의 샛골나이 등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국가무형유산 전승취약종목 활성화 지원사업 특별전시 ‘시간을 잇는 손길’ 중 덕수궁 덕홍전 전시. 국가무형유산 전승자들이 전통기법으로 제작한 작품과 전통공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탄생한 생활 공예품을 함께 전시하고 있다. (사진=국가유산진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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