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이주열 "대외여건상 금리 인하효과 불확실"

  • 등록 2016-02-16 오후 1:58:08

    수정 2016-02-16 오후 1:58:08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해 생각에 잠겨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데일리 경계영 유태환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세계 경제여건이 지금처럼 불확실할 때는 금리 인하에 따른 기대 효과가 불확실하다”고 판단했다.

이 총재는 16일 금융통화위원회를 마친 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하며 “앞으로 거시경제 리스크와 금융안정 리스크 중 어느 쪽이 더 큰지 보고 금리 변동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한은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1.5%로 유지키로 결정했다. 8개월 만에 만장일치가 깨지고 소수의견이 등장했다. 금통위에서 하성근 금통위원은 0.25%포인트 금리 인하가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주열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경기개선 흐름이 주춤하다는 표현을 했는데 2014년도 예시를 살펴보면 개선 흐름에 대한 표현이 주춤, 둔화, 부진·미흡 순으로 진행된 뒤 금리가 인하됐다.

△얼마 전 조사한 가계·기업 심리는 그전보다 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아무래도 대외여건이 우호적이지 않다 보니 그에 영향받은 걸로 보인다. 1월 지표가 최종 확정돼 나오지 않았지만 일부 지표를 살펴볼 때 소비를 비롯한 일부 내수지표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런 지표를 모든 동향과 함께 살펴보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앞으로 경제 흐름에 어떻게 영향을 줄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서 의결문항에 (주춤하다는) 표현을 사용했다.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워낙 크기 때문에 경제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계부채가 큰 폭으로 늘었다. 가계부채, 외국인 자본 유출 문제, 경기 침체 등으로 금리 인하에 나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생각하나.

△(정부가 발표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이 아직 시행 초기에 있다. 지금까지 동향만으로 이 영향을 제대로 판단하기엔 한계가 있다.

올해도 가계부채는 꾸준히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정부의 억제책이 있고 주택경기에 대한 둔화 우려도 조금씩 제기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가계부채 증가세는 작년보다 둔화할 것으로 보이지만 기본적으로 예년 수준 이상의 증가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본다. 정부도 거시건전성 정책을 지켜보고 추가 대책이 필요할지 판단할 것이다. 이렇게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기다리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

-정부가 최근 내수회복을 위해 한은의 금리 인하를 기대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정부가 금리 인하를 기대하고 있는지는 제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에 대해 답변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지금 금리는 실물경기 회복을 뒷받침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본다. 실질 금리수준·통화증가율·유동성 상황 등을 살펴볼 때 현재 금리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 수준이다.

-일본 비롯한 주요국이 금리를 계속 인하하는 가운데 우리나라에는 간접적으로 금리 인상 효과를 준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기준금리는 그 나라의 경제 금융상황에 맞게 자국 상황에 맞게 결정하는 것이다. 국가 간 금리수준 비교는 절대적 비교보다 그 나라의 경제·금융상황을 정확하게 고려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물가상승률이 한국은행의 물가안정목표치를 밑돈다면 경기 악화가 심각하지 않아도 금리 인하로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물가안정 목표제는 중기적 시계에서 목표 수준을 정한다. 지금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밑돌아도 중기적 전망상 점차 목표 수준으로 수렴할 것으로 본다면 당장 물가가 낮다 하더라도 금리 정책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자본유출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는 시각에 대해 어떻게 보나.

△외국인의 증권자금 유출은 지난해 6월부터 진행됐다. 지금까지 주식을 중심으로 유출되던 외국인 자금은 올해 2월 들어 채권에서도 상당 폭으로 유출됐다. 외국인 자본 유출은 글로벌 경기 둔화와 미국 통화정책 정상화 등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축소된 데 기인했다. 자본 유출 문제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거의 대부분 신흥국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같은 원인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기 때문에 대외여건 불확실성과 맞물려 자금 유출이 어느 정도 진행될 것이다. 외국인 증권자금 유출상황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필요하다면 그에 맞는 대응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외국인 자금 유출 성격을 고려할 때 한국은행 기준금리 변동에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라고 생각하나.

△금리 변동이 자금 흐름에 어떤 영향을 준다고 한마디로 답변하기 어렵다. 이론적으로 금리를 인하하면 내외금리 차가 축소돼 외국인 채권 자금이 빠져나가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주식 자금은 금리 인하가 어떤 영향을 주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금리 인하로) 경기 회복이 빨라지면 더 좋은 쪽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금리 인하가 자금 유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한 방향으로 말할 수 없고 다른 여러 상황과 놓고 판단할 문제다.

-주요국 통화정책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 통화정책에 어떤 영향이 있을까.

△한 국가의 금리 조정은 여러 경로를 통해 다른 국가에 영향을 준다. 그러나 우리나라 통화정책은 다른 국가 통화정책이 아닌 세계 경제가 어떻게 바뀔지 종합적으로 보고 판단해야 한다.

-북한 지정학적 위험이 금융안정 측면에 어떤 영향을 주나.

△북한의 지정학 리스크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아직까지 제한적이다. 다만 앞으로 북한관련 리스크가 대외여건 불확실성과 겹치면서 과거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 또한 예의주시해서 필요한 경우에는 적절한 대응할 것이다.

-시장에서는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형성됐다.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측은 성장세가 약해졌고 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치에 밑돌기에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를 살리고 물가를 높이자고 주장한다. 지금 기준금리가 1.5%인데 어느 정도 하한이 있다고는 보지만 금리를 인하할 정책적 여력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추가 인하 여력이 있다고 하는 평가엔 동의한다.

그렇지만 금리를 조정했을 때는 이에 따른 기대효과와 부작용이 있기 마련이다. 지금 상황에 비춰보면 대외여건의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 기대효과는 불확실하고 부작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이제부터 거시경제 리스크와 금융안정 리스크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하는 시점이다. 앞으로 거시경제 리스크와 금융안정 리스크 중 어느 쪽이 큰지 보고 금리 변동 여부를 판단하겠다. 대외여건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는 금리 변동에 신중해야 한다.

-일본, 유럽 등 마이너스 금리정책에 따른 전 세계 금융시장 변동성 커지는데, 유동성 변화에 대한 정책적 대응은 무엇이 있나.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이 증대한다. 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두고 이에 따른 대응을 생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대외여건이 불안정하고 불확실하다고 볼 때는 우리 거시경제가 안정적으로 운용될 필요가 있다. 시장이 출렁거릴 때는 이에 따른 안정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단기적으로 대응 수단을 수립해 필요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있다.

-금융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일 때 비상식적 통화정책이라도 대응해서 경제 기대심리를 잡아야 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기준금리를 2014년 이후 네 차례에 걸쳐 1%포인트 인하했다. 지금의 상황을 보고 성장과 물가가 만족스럽지 못해 정책 효과가 없는 것 아니냐 비판이 있다. 하지만 실물경제에 금리가 영향을 미치는 경로는 다양하다. 시장 경로와 금리 경로를 통해 통화 정책은 어느 정도는 분명히 작동한다. 단지 그 효과가 종전보다 약화했을 뿐이다. 세계적 저성장·저물가는 워낙 구조적 성격이 강해 통화 정책 효과의 한계가 있다. 하지만 국내 상황을 보면 통화정책 기대 효과를 부정할 수는 없다.

상식을 뛰어넘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했지만, 상식 뛰어넘는 대응을 하는 나라는 기축 통화국이다. 미국·유럽·일본은 기축 통화국이었기에 그런 것이 가능한 면이 있다. 기본적으로 중앙은행이 그야말로 비통상적인 정책을 편 지가 7~8년이 돼가고 있다. 그런데 그에 대한 교훈은 분명 통화 정책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통화 정책이라는 것은 그야말로 경기 대응 정책, 시간적 여유를 확보하는 정책이다. 구조적인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아니라는 것은 일본은행 정책과 그에 따른 추이에서도 명백히 나타난다. 비상식적 대응을 할 상황은 아니다. 금리 조정 여력도 아직 있고 한국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이나 디플레 우려가 당장 닥친 것도 아니라 그런 정책을 취할 단계는 아니라고 본다. 어디까지나 개방 경제이기 때문에 세계 경제여건이 이렇게 불확실할 때는 그야말로 사태를 면밀히 보고 제반 정책을 신중히 해야 한다. 모든 정책은 단기 아닌 중기적 시각에서 운용해야 한다. 그리고 거시경제뿐 아니라 금융 안정도 중요하다.

-미국 경기 상황에 대한 평가가 후퇴했는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할 가능성이 있나.

△올해 경제 전망을 발표한 게 불과 한 달 전이다. 그 이후 지표는 안 나와 있다. 1월 중 흐름을 몇 군데 짚어보긴 했지만 아직은 전망 수정이 필요할 만큼 자료가 나오지는 않았다. 단지 대외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방향으로 전개하는 건 분명하다. 이것이 국내 금융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정말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 달 만에 예단하기는 이르다. 조금 더 지켜보고 판단하겠다.

금리 인하 비용과 그 효과에 대해서 단언적으로 부작용이 더 크다고 말하지는 않았다. 기대효과가 “현재로썬 불확실하다”가 정확한 표현이었다. 일본도 경기 부양의 목적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으나 엔화가 의도치 않게 약세를 보이는 등 예상대로 통화 정책이 작동 안되는 점이 있다. 이러한 상황을 볼 때 우리도 금리 인하 시 예기치 못한 부작용 가능성을 생각해야 한다.

일본도 마이너스금리 이후 생각과 흐름이 다르게 나타난 것을 보면 대외 여건이 워낙 불확실하니 대외여건에 묻혀 제대로 통화정책이 작동 안 한 측면이 있다. 이처럼 대외요건 불확실할 때 금리 인하 효과가 불확실하고 부작용은 확실시될 때 정책 운용을 신중할 필요가 있다. 지난달만 해도 가장 주목할 것은 미 중앙은행이었다. 연준이 통화 정책 정상 의지를 강하게 밝혔고 시장에서도 이에 대한 반응이 이어지고 했다. 하지만 한 달 사이 시장의 기대가 많이 바뀌었다. 예기치 못했던 다른 나라의 조치도 있었고 고려해야 할 대상이 좀 더 복잡해진 현실이다.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는 우려가 큰데 한국은행의 미시적 대응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자본 유출의 배경은 글로벌 경기 불안에 있다. 근 7~8년에 걸친, 예상을 뛰어넘는 확대 정책의 결과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선진국의 막대한 자본이 신흥국으로 흘러들었다. 세계 경기 악화로 선진국 자본의 회수는 필수적인 현실이다. 신흥국들의 자본 유출은 우리뿐만 아니라 신흥국 전체의 공통적 현상이다. 앞으로 흐름에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외환 건전성 측면에서 비춰보면 충분히 현재까지는 감내할 수 있다. 앞으로 진행 상황은 유의깊게 경계심을 가지고 볼 필요가 있다. 자본유출 우려 3종세트를 조금 개선하는 문제는 토론했고 이를 포함해 자금 유출에 대해 정부도 예의주시해 대응책 마련을 준비해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해 6월 기준금리 인하 이후 최초로 소수 의견이 나왔다. 소수 의견이 나왔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하성근 위원은 어떤 논리로 소수 의견을 낸 건지.

△총재는 다수 의견을 전달한다. 한 분의 소수 의견 전달은 2주 후 공개되는 의사록을 참고해 달라. 시장에는 금통위 전체 의견을 전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거시경제 리스크, 금융 안정 리스크 등 어떠한 상황 요인이 한은 금리 변동을 야기하나. 글로벌 금융시장이 불안정해서 2008년과 같은 금융위기 가능성 우려가 있는데 총재 생각은 어떤가.

△(금융위기 가능성을) 예단해 말할 수 없다. 거시경제·금융안정을 같이 보고 있는데 어느 한쪽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서면 정책으로 대응할 것이다. 또 다른 금융위기 가능성에 대해서는 제 의견이라기보다 중앙은행 모임인 국제결제은행(BIS)이나 세계적으로 학식이 높은 학자의 견해를 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앙은행이 앞장서 대처했다. 그 방식이라는 것이 금리를 인하해서 제로(0) 금리까지도 용인하는 것이다. 제로금리에 이르러서 경제·물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자 대규모 양적완화 정책을 폈다. 그것이 8년째다. 사실상 통화정책은 경기 대응 정책이다. 근본적인 문제를 치유하는 데까지 시간을 확보해주는 차원이 크다. 저성장·저물가 요인은 누구라도 구조적 원인에 기인한다는 것에 동의한다. 통화정책만으로는 해결 불가하다는 데 의견 일치를 보고 있다. 이런 문제는 구조적인 해결 노력을 보지 않는 한 근본적인 치유는 어렵다는 것이 공통된 의견이다. 지금 상황에서 계속된 완화 정책의 강도와 기간이 길어진다면 분명 불균형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금융위기가 곧 닥칠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가능성 자체는 경계하고 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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