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팡이 짚은 김정은, 40일만에 민생현장서 공개활동 재개

김정은, 황병서·최룡해 등 대동하고 현지지도…통치체계 '이상무'
통풍, 발목 부상, 족저근막염 등 가능성…통풍시 심장 위험 우려도
남북 2차 고위급 접촉 가능성 높아져…외신도 김정은 복귀에 관심
  • 등록 2014-10-14 오후 4:56:53

    수정 2014-10-14 오후 4:56:53

[이데일리 김진우 기자] 건강 이상설 등 신변문제로 억측이 끊이지 않았던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민생현장을 시찰하며 40일 만에 공개석상에서 모습을 나타냈다. 왼손에 지팡이를 짚고 현지지도에 나선 김정은은 건강이 회복되지 않았음에도 현지지도에 나서며 ‘건재함’을 과시하는 한편, 인민을 위한 ‘헌신성’을 부각시켰다. 이에 따라 10월 말에서 11월 초 사이 예정된 제2차 고위급 접촉 등 남북관계에 큰 돌발변수가 사라지는 모양새다.

김정은, 집권 이래 최장 기간 잠행

조선중앙통신은 14일 김정은이 평양에 완공된 과학자 주택단지인 위성과학자주택지구를 현지지도했다고 보도했다. 김정은의 현지지도는 전날 이뤄진 것으로 추정된다. 김정은은 지난달 3일 모란봉악단 신작음악회 관람 이후 공개활동에 나서지 않았으며, 40일 잠행은 2012년 집권 이래 최장기간이다. 중앙통신은 “김정은 동지께서는 살림집(주택), 소학교, 초급중학교, 약국, 종합진료소, 위성원, 태양열 온실 등 위성과학자주택지구의 여러 곳을 돌아보시면서 건설 정형(실태)을 구체적으로 요해(파악)하셨다”고 밝혔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3면에 김정은이 현지지도를 하는 사진을 공개했다. 김정은은 황병서 군 총정치국장과 최태복·최룡해 당 비서 등 수행단과 함께 밝은 표정으로 현장 구석구석을 둘러봤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김정은이 왼손에 지팡이를 짚고 앉아 있거나 걷는 모습이 사진에 실렸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몸이 불편하기는 하지만 정상적인 통치를 하고 있음을 보여주면서 각종 억측을 잠재우려는 의도가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 당국자는 “대외적으로 실각설이나 중병설을 불식시키는 것을 생각한 듯하다”고 밝혔다.

김정은이 40일 만의 공개활동을 과학자 주택단지와 에너지 연구소에서 재개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요소다. 경제발전과 주민생활 향상을 위해 헌신하는 최고지도자의 모습을 연출하면서 선전효과를 극대화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당국자는 “핵·경제 병진 노선을 시사하는 측면이 있다”며 “자기가 직접 발의하고 만족스럽게 성과를 나타낼 정도가 됐기 때문에 그곳을 선택한 것이 아니냐고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북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그동안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해 통풍, 발목 부상, 족저근막염 등 3가지 경우의 수를 상정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의사 등 전문가들은 통풍이 심해질 경우 심장에도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았으며, 정부도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심근경색을 겪은 가족력이 있어 예의주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의 큰 돌발변수 사라져

김정은이 공개활동을 재개하면서 남북관계에서 큰 불확실성 하나가 제거되는 모습이다. 황병서·최룡해·김양건 등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지난 4일 인천을 방문하면서 김정은의 건강에 이상이 없다는 점을 확인했지만 그의 잠행이 이어지면서 의혹의 시선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정은의 통치체계에 문제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고, 박근혜 대통령도 전날 통일준비위원회 2차 회의에서 고위급 접촉을 남북관계 개선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며 5·24 조치를 대화를 통해 풀자는 입장을 밝히면서 대화 재개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김정은이 공개활동을 재개하면서 업무나 정책결정에는 차질이 없었음을 보여줬다”며 “남북관계나 대외관계에는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신도 ‘김정은 복귀’에 큰 관심

해외 주요언론은 김정은이 40일 만에 공개석상에 등장한 소식을 비중있게 다뤘다. 미국 AP통신은 “김정은의 재등장으로 북한 최고 권력자의 부재와 관련해 난무한 온갖 잘못된 추측들을 종결시켰다”고 보도했으며, 프랑스 AFP통신은 “김정은이 그동안의 루머를 잠재우며 마침내 지팡이를 짚고 모습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일본 교도통신은 김정은의 현지지도 내용을 보도한 조선중앙통신 기사를 소개했다. 뉴욕타임스(NYT)와 파이낸셜타임스(FT) 등도 김정은 복귀 사실을 관심있게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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