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도 자연재해? 추경 요건 논란

  • 등록 2015-06-25 오후 4:47:56

    수정 2015-06-25 오후 4:47:56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이번 추경은 자연 재해가 아닌 사회적 재해인 중동호흡기 증후군(메르스)을 편성 요건으로 삼았다. 하지만 현행법의 추경 편성 요건에는 정확히 충족하지 않아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부분이다.

현행 국가재정법 89조 1항은 추경 편성의 조건으로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로 한정하고 있다.

태풍이나 지진, 황사 등은 자연재해로 분류돼 추경을 할 명분이 있다. 실제 지난 2002년 태풍 루사 피해복구 지원, 2003년 태풍 매미 피해 복구 지원 등은 이같은 차원에서 추경이 이뤄졌다.

하지만 화재ㆍ붕괴ㆍ폭발ㆍ교통사고나 환경오염사고ㆍ감염병ㆍ가축전염병 등은 사회재난으로 분류돼 국가재정법에 정한 추경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물론 메르스 사태에 따른 경기 침체를 추경 요건으로 확대해석 할 여지는 있다. 국가재정법 89조 2항은 ‘경기침체, 대량실업, 남북관계의 변화, 경제협력과 같은 대내ㆍ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하였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도 추경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경기 수준을 경기침체로 볼 수 있는지는 또 다른 논란을 키울 가능성이 있다.

새누리당 내 경제전문가인 이한구 의원은 “추경은 함부로 동원해서는 안 되는데 메르스 관련 추경은 전혀 맞지 않다”며 “특히 지금 경기 수준을 경기침체라고 할 수 있는지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25일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브리핑 자리에서 추경 편성의 조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등 사회적 재난이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보다 완화된 조건으로 국회가 국가재정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최 부총리는 “이번에 메르스 사태가 과연 자연재해냐 하는 부분은 다소 논란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메르스나 사스 같은 사회적 재난이 오히려 자연재해보다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어 추경편성 요건을 현실에 맞게 고치는 게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추경 법적 요건이 논란이 될 수 있지만 현 시점에서 추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는 어느 정도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면서 “정부가 입법부의 동의를 얻어내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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