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인천시가 매년 문화예술인 등에게 문화상을 수여하면서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객관적인 심사 기준도 없어 ‘짜고 치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온다. 인천시 산하기관인 인천문화재단은 예술지원금을 일부 문인에게 몰아주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단과 남동구는 자신의 시집에 실린 일부 시의 제목을 바꿔 새로 시집을 낸 작가에게도 지원금을 지급해 도마 위에 올랐다.
9일 인천시에 따르면 시는 지난 5일 인천 중구 하버파크호텔에서 제42회 인천시 문화상 시상식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유정복 인천시장은 미술·관광·체육 등 6개 부문 7명의 수상자에게 문화상을 수여했다. 문화상은 인천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한 공이 크거나 문화·예술 활동으로 인천을 널리 알린 시민에게 수여한다.
그러나 심사 방식과 심사위원 비공개를 두고 뒷말이 무성하다. 시는 매년 문화상 수상자 선정을 위해 관련 기관·단체 관계자 3~4명으로 부문별 분과위원회를 구성한다. 기관·단체 등으로부터 후보를 추천받은 각 분과위원회가 서류심사를 거쳐 수상자 후보 1~2명을 추천하면 시는 전체 분과위원을 모아 후보에 대한 찬·반 투표로 과반이 나오면 수상자를 결정한다. 분과위원이 심사위원이 되는 것이다.
올해도 8개 분과위원회 위원 25명이 한데 모여 전체 후보를 심사했는데 자신의 전문분야와 관련 없이 하다보니 전문성이 약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사 기준도 명확하지 않아 분과위원의 주관적인 판단으로 최종 수상자를 선정하는 한계가 있었다. 통상 공공기관 수상자 선정에서는 몇 가지 항목의 평가를 진행하는데 인천시는 평가지표 없이 심사위원 투표로 정해 객관적이지 않다는 비판을 받는다. 심사위원 명단도 공개하지 않아 시민의 의구심이 커졌다. 시는 최근 5년 이상 한 차례도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지 않아 심사의 투명성을 퇴색시켰다. 반면 인천시 공모사업과 인천문화재단 지원사업의 심사위원 명단은 공개하고 있다.
인천문화재단과 남동구는 예술지원금을 특정 문인에게 몰아줘 비판을 받고 있다. 문화재단은 지난 2019년 시인 A씨의 시집 발간에 600만원 이하의 지원금을 지급했다. A씨는 이 시집에 실린 10편 이상의 시 제목과 일부 구절(시구)을 고쳐 2021년 남동구 지원사업으로 발간한 시집에 포함시켰다. 인천문화재단은 지난해에도 A씨를 지원대상(450만원 지급)에 선정했고 A씨는 다른 시집에 실린 자신의 시를 넣어 ‘시와 사진전’을 출간했다. 공모 규정상 기존 작품을 표절하거나 모방한 작품을 새로운 창작집에 넣는 것은 금지이지만 재단은 이를 허용해줘 불공정 논란이 일었다. 이 외에도 재단이 2013년부터 올해까지 2번 이상 기금을 지원한 문인은 20명을 넘는다. 3번 넘게 지원한 문인도 있어 ‘몰아주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 작가 B씨는 “문화상 수상자 선정이 객관적이지 않고 짜고 치는 것 같다”며 “문화재단과 남동구 지원사업도 불공정해 보인다”고 비판했다. 인천시는 “심사위원 명단을 공개하면 민원이 많이 생긴다”며 “수상자 선정 평가지표 도입은 검토해보겠다”고 밝혔다. A씨는 기존 작품에서 제목과 시구를 바꾼 시를 창작시라고 주장했지만 김명인 인하대 명예교수는 “창작시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인천문화재단은 “해당 작품의 동일성을 검토한 뒤 지원금 회수 여부를 정하겠다”며 “어려운 예술인이 많아 지원 횟수 제한은 안한다”고 설명했다.
| 인천시청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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