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일반 자본시장 조사 인력에도 ‘통신조회’와 ‘계좌 동결’과 같은 수사 권한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실시간으로 주가조작 등 증권범죄 일당의 휴대폰 통화 내역 등을 조회해 이들을 적발하고 거래를 정지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수익을 몰수하는 등 보다 빠른 수사를 위해서다.
| (그래픽=이미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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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금융위, 금감원에 따르면 두 기관은 이 같은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편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 등 범죄 혐의자들의 통신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권한, 불공정거래 범죄 수익을 확인 시 즉시 동결하는 권한을 금융 당국에 부여하는 방안을 관계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9월에 최종안을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은 검찰 수사 체계와 관련돼 있어 법무부와도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와 금감원이 조사 인력에 검찰 수준의 강제조사권을 부여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이유는 현재의 증권범죄 조사 방식으로는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를 적발하고 처벌하기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어서다. 증권범죄를 포착하고 금감원의 검사와 금융위의 조사, 증권선물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검찰에 이첩하기까지만 해도 평균 11개월이 걸리는데 이 때문에 대부분 증권범죄가 제대로 된 죗값을 받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신자료만 해도 보관 기간이 최장 1년으로 조사 과정 동안 증거 시한이 지나버리고, 검찰에 이첩 후 사건 상당수가 무혐의 처리되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당국이 범죄 수익을 확인한다 해도 이를 곧바로 동결할 권한이 없다 보니 검찰의 수사 이전에 범죄 일당이 수천억원의 부당이득을 처분, 수익 환수와 과징금 징수를 회피하는 일도 빈번하다.
다만, 금융위와 금감원의 조사 인력에 통신조회와 계좌동결 등 수사권을 부여하려면 통신비밀보호법과 자본시장법 등 법 개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이 때문에 애초 금융위와 금감원은 특사경 증원을 검토했으나 이를 통해서는 늘어나는 증권범죄를 막기 역부족이라는 설명이다. 당국은 전 국민 계좌가 6000만개를 넘을 정도로 주식거래가 급증했고, 증권 범죄는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어 ‘제2의 라덕연 주가조작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점 등을 강조하며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예정이다.
김우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두 차례 주가조작 사건이 터지고 투자자들이 피눈물을 흘려도 솜방망이 조사·처벌로 증권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며 “강제조사권을 가진 미국의 증권거래위원회(SEC)처럼 철저히 조사하고 증권범죄에 강력한 처벌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