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강요·일방 계약해지'…글로벌 전자통신회사 '갑질' 논란

공정위 키사이트 테크놀로지 갑질논란 조사
매출 목표 달성 못하자 대리점과 계약 해지
영업권 가져가고도 적절한 보상 없이 해약
공정위, 공정거래조정원에 분쟁 조정 이첩
  • 등록 2019-05-27 오후 3:24:27

    수정 2019-05-27 오후 3:24:27

[세종=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세계적 전자통신업체인 키사이트 테크놀로지스(이하 키사이트)가 한국 대리점과 계약 종료 시 영업 정보만 빼낸 뒤 보상을 하지 않아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한국 대리점 격인 티엠게이트에 판매목표 강제행위 등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을 저지를 의혹을 받고 있는 키사이트에 대한 조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티엠게이트는 2009년 키사이트와 한국시장 판매 대행을 위해 설립한 이후 지난해 5월까지 키사이트 주요 제품에 대한 판매를 해왔다. 티엠게이트는 계약조건에 따라 키사이트 경쟁사 제품은 취급하지 않았다.

키사이트는 또한 대기업 등 대형고객 거래는 자사가 직접 맡고, 티엠게이트에는 신규 고객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티엠게이트가 지난 10여년 간 담당했던 업체는 티엠게이트가 개발하고 관리한 고객들이다. 티엠게이트는 2009년 77억원 매출을 시작으로 2017년 매출을 124억원까지 끌어올렸다.

하지만 키사이트가 매년 티엠게이트의 고객들 중 일부를 본사에서 직접 영업하겠다고 가로채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키사이트는 2016년 이후 6개월마다 성장목표 및 판매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계약을 종료하겠다고 위협한 것으로 알려졌다.

티엠게이트는 영업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장비를 자체적으로 구매하는 방식으로 목표치를 채워왔다. 한계상황에 도달한 티엠게이트가 영업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자 키사이트는 지난해 5월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통보했다.

키사이트는 계약 종료 과정에서도 대리점에 손해를 입힌 혐의도 받고 있다. 티엠게이트는 지난해 2월 계약종료를 통보받은 뒤 보상을 요청했다. 키사이트는 한 달 뒤 보상을 해주는 것으로 결론이 났으니 구체적인 금액 및 산출근거를 준비해서 정식으로 청구하라고 통보했다.

티엠게이트는 같은 해 6월 모든 고객 정보 및 특기사항 등 영업 관련 정보 일체를 키사이트에 전달했다. 티엠게이트는 데이터베이스에 있는 고객 9850명에게 키사이트와 직접 거래하도록 독려하는 이메일을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영업 정보를 다 받은 키사이트는 돌연 올 2월 보상이 불가하다는 통보를 해왔다.

티엠게이트 관계자는 “10년 동안 개척하고 관리해 온 영업권을 빼앗기고 폐업한 것도 억울한데 단 한 푼도 보상해줄 수 없다는 것은 세계적 업체로서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했다.

키사이트는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100여개 국가에 1만26000여명의 임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2018년 기준으로 매출 39억달러(약 4조3000억원), 순이익 1억6500만달러(약 1800억원)을 기록했다. 이동통신 및 전자업계에서 사용하는 다양한 종류의 계측기를 생산 판매하고 있으며 많은 주력제품들이 전 세계 시장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사건을 신고받은 공정위는 일단 양측에게 조정을 권유하며 공정거래조정원에 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2개월간 조정이 이뤄지지 않으면 공정위는 다시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키사이트 측은 “계약 종료에 따라 절차대로 이뤄진 일이지 일방적으로 계약해지를 한 것은 아니다”면서 “조정 절차에 성실히 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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