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한진해운 빅딜?…부실 키우고 효과도 장담못해

두 회사 합병? 총자산 15조짜리 거대 부실 해운사 탄생
해운사 주요 채권자는 해외기관…국책은행 지원 나서면 국부 유출 논란일듯
경쟁 심한 동서항로에 영업 90% 이상 편중…수익성 개선도 어려워
  • 등록 2015-11-09 오후 5:25:00

    수정 2015-11-09 오후 5:25:00

△자료 : 금융감독원. 2015년 상반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재무상황이 악화되고 있는 현대상선(011200)한진해운(117930)간 합병 시나리오가 심심찮게 거론되고 있지만, 다수의 전문가들은 두 회사간 합병이 현실성도, 수익성도 담보할 수 없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부실기업이 다른 부실기업과 합병하면 더 큰 부실이 생겨날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해외 금융기관이 주요 채권자인 해운사에 정부 지원이 이뤄지게 되면 ‘국부유출’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는 등 현실적인 제약도 있으리란 분석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의 작년말 기준 이자보상배율(영업이익/이자비용)은 1미만으로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돈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상황이 수년째 지속되고 있다. 현대상선은 상반기말 연결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878.2%에 달한다. 1년 안에 갚아야 하는 유동부채는 3조3349억원인데 비해 1년내 현금으로 마련할 수 있는 유동자산은 2조2700억원에 불과해 약 1조원 가량을 마련해야 유동성 위기를 넘길 수 있을 정도다. 당장 올해말까지 만기도래하는 빚은 1조5000억원, 내년말까지는 1조1000억원을 추가로 더 갚아야 한다.

한진해운의 올해 상반기말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751.9%로 현대상선보다는 양호하지만, 현금 유동성은 훨씬 더 악화했다. 내년 3월까지 갚아야 할 빚만 2조8100억원 규모다. 두 회사가 합병한다면 상반기말 기준 재무제표를 단순 합산해 총자산 15조원짜리 거대 부실 해운사가 탄생하게 된다. 부채비율만 805.9%에 달하고 유동자산을 유동부채로 나눈 유동비율은 49.8%로 1년내 갚아야 할 부채 7조2800억원 중 절반 가량을 갚지 못하는 회사가 설립되는 셈.

두 회사의 합병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려면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감자와 산업은행 등 국책은행이 보유한 채권 출자전환 등이 이뤄져야 정상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밑빠진 독에 세금 붓기’ 논란과 함께 국부유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는 점은 현실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해운사의 채권자는 해외 금융기관이나 해외 용선사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들 채권을 보전하는데 국책은행의 실탄이 사용될 수 있는 것이다.

두 해운사가 합쳐 규모를 키운다고 하더라도 수익성 개선을 장담하기도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시장점유율 1위 해운사 머스크는 남북항로 비중이 35%를 차지하는 등 동서 이외의 항로로 영업이 분산돼 있지만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은 경쟁이 심한 동서항로에 영업의 90% 이상이 편중돼 있다. 두 해운사가 합병하더라도 영업 포트폴리오 개선은 기대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기 어려운 해운업 특성상 두 기업간 합병을 부정적인 시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글로벌 해운업은 대형사들끼리 제휴해 연합체(Alliance)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경쟁력을 키우고 있고 머스크는 초대형 선박 도입 등으로 단가를 낮춰 지난 2012년부터 실적 반등에 성공한 상태이기 때문에 국내 해운사도 규모를 키워 국제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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