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해외판매 동반부진‥경고등 켜진 현대기아차

현대·기아차 안팎서 판매 급감‥쌍용차 나홀로 질주
수입차·일본차 공세‥점유율 방어하기 쉽지않을 듯
  • 등록 2013-12-02 오후 4:34:29

    수정 2013-12-02 오후 6:53:08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현대·기아차에 빨간불이 켜졌다. 내수시장의 부진은 깊어지고 믿었던 해외 시장에서도 이상 신호가 감지됐다. 국내에서는 수입차가, 나라밖에서는 엔저를 앞세운 일본 브랜드가 거센 공세를 펴고 있어 현대기아차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 현대·기아차 내수 위축 심화

2일 현대차(005380), 기아차(000270), 한국GM, 쌍용차(003620), 르노삼성 5개사가 발표한 판매실적에 따르면 완성차 5개사는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11만9195대, 해외에서 64만2464대를 합해 총 76만1659대를 판매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 줄어든 수치다. 내수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9% 줄었고 현대·기아차 해외 공장 생산분을 포함한 해외 판매량도 1.0% 감소했다.

각사 자료 취합
특히 내수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진이 눈에 띈다. 현대차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9% 감소한 5만4302대를 판매하는데 그쳤고, 기아차 판매량도 12.3% 넘게 급감했다.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고, 개별소비세 같은 정책 기저효과가 반영된 결과란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가 주춤한 사이 한국GM이나 르노삼성이 반사이익을 크게 누린 것도 아니다. 한국GM은 2.4% 늘어난 1만4100대, 르노삼성은 2.3% 늘어난 5301대를 판매하는 데 그쳤다. 쌍용차만 48.5% 늘어난 6540대를 팔아 선방한 정도였다.

내수시장에서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몸집을 불리는 수입차의 공세를 효과적으로 차단하지 못한 것도 영향을 줬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기저효과나 조업일수 감소만으로는 내수 부진을 설명할 수 없다”며 현대차가 내수시장에서 확실히 수입차에 밀린 것 같다”고 평가했다.

◇ 해외실적도 주춤‥안팎 어려움 겪을 듯

해외 시장 실적도 기대 이하다. 현대차는 지난달 35만4231대를 팔았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한 실적이다. 해외 판매 실적이 줄어든 것은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4.8%) 이후 4년 반 만에 처음이다. 기아차의 해외판매도 2.2% 늘어나는데 그쳤다. 국내 공장 수출이 전년 동기대비 5.7% 증가했지만, 미국과 중국 지역의 생산량이 감소한 영향을 받았다.

국내·외에서 경쟁이 심화하면서 현대기아차의 부진은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 일단 내수시장에서 수입차들이 모델을 늘리며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벤츠나 BMW, 폭스바겐을 포함한 수입차 브랜드는 내년에도 신차를 앞세워 국내 점유율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 상황도 녹록지 않다. 선진국은 물론 신흥시장까지 성장이 둔화하고 환율 변동에 따른 불확실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달러당 엔화가 100엔까지 넘어서며 엔화 값이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변수다. 일본 브랜드가 최대 경쟁시장인 미국에서 엔저를 등에 업고 공세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불투명한 국내외 시장 상황 속에서 질적인 성장을 통해 내실을 더욱 강화하고 미래를 위한 경쟁력 확보에 집중해 어려움을 극복해 나갈 것”이라며 “이달 본격 시판에 들어가는 제네시스를 포함한 신차와 주력모델을 중심으로 판매를 늘려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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