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마켓in 박미경 기자] 금리 인하가 본격화하면서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공사채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는데, 비교적 높은 신용도에 은행 예·적금보다 금리 수준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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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6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순매수(매도-매수) 규모는 40조343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총 순매수 금액(37조5620억원)보다 7.4%가량 증가했다.
내년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채권 투자 막차 타기 수요로 인해 올해 개인투자자 채권 투자는 어렵지 않게 사상 최대치 기록이 전망된다. 통상 기준금리 인하가 이뤄지면 채권 금리가 하락해 채권 가격이 상승하며, 매매 차익도 거둘 수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들의 공사채 순매수 증가 폭이 두드러졌다. 공사채 순매수액을 살펴보면 지난해 1조6027억원에서 올해 4조9430억원으로 일년 사이 3배 이상 사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국채의 경우 11조7181억원에서 12조1746억원으로, 캐피탈채를 비롯한 기타금융채의 경우 8조4958억원에서 9조5137억원으로 소폭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은행채는 4조6760억원에서 3조3238억원으로, 회사채는 10조1925억원에서 9조6104억원으로 순매수 규모가 줄었다.
개인투자자들의 채권 투자 선호도는 국채, 회사채, 공사채 순으로 옮겨갔다. 채권 투자 열풍이 불기 시작했던 지난 2022년에는 저쿠폰 국채 투자에 집중했다면,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역대급 연초효과에 힘입어 회사채로 투자 저변을 넓혔다. 미매각이 당연시되던 종목들도 리테일 수요에 힘입어 완판을 기록하는 경우도 잦았다. 반(反)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투자 흐름에 따라 줄곧 자본시장의 외면을 받았던 삼척블루파워가 대표적이다. 기관이 담을 수 없는 고금리 채권으로 인식되며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면서다.
이후 올해 들어 공사채가 새로운 투자처로 떠올랐다. 공사채는 정부 지급 보증을 내세워 AA에서 AAA급의 우량한 신용도를 자랑한다. 높은 신용도에 은행 예·적금보다 쿠폰금리도 높다. 현재 국내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연 2%대에 형성된 반면, 공사채 쿠폰금리는 연 3%대에 달한다.
또 지난 9월 이후 한국전력공사 채권(한전채) 위주로 공사채 발행 물량이 늘어난 점도 주요 원인이다. 본드웹에 따르면 올해 발행된 한전채 물량은 총 14조8900억원에 달한다. 이어 한국주택금융공사(HF),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부동산 관련 공기업들의 발행도 늘었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기존 사업 자금 회수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채권 발행 의존도가 커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신생아 특례대출, 디딤돌대출 등 정책 지원성 대출 상품 출시로 인해 자금조달 수요가 증가했다.
채권시장 관계자는 “내년에도 차환을 위한 (공사채) 발행이 예정돼 있기 때문에 투자 수요는 여전할 것”이라며 “개인투자자의 매매 차익은 비과세되기 때문에 절세효과도 있으며, 금리 하락 사이클에서는 채권 투자가 비교적 안정적”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