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방사청에 무기 중개한 이규태 회장, '방산비리' 아냐"

회삿돈 횡령과 사립학교 교비 빼돌린 부분 등만 유죄 인정
法 이규태 회장에게 총 징역 3년4월 선고
  • 등록 2016-10-27 오후 12:14:40

    수정 2016-10-27 오후 3:31:36

[이데일리 성세희 기자] 법원이 공군 전자전훈련장비(EWTS) 무기 도입 과정에서 사업비를 부풀리는 수법으로 혈세를 빼돌린 혐의를 받는 이규태(67) 일광공영 회장 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다만 이 회장이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뒷돈을 준 부분은 유죄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심담)는 27일 일광공영과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횡령 등)로 재판에 넘겨진 이 회장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또한 일광공영이 운영하던 사립학교 교비를 멋대로 쓴 혐의(사립학교법)로 이 회장에게 징역 10월을 추가로 선고했다.

대신 이 회장은 터키 방산업체 하벨산과의 무기 중개 과정에서 방위사업청으로부터 연구 개발비 명목으로 사업비를 부풀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상 사기)는 벗었다. 이 회장과 함께 기소된 정철길(62) SK이노베이션(096770) 대표이사 부회장(전 SK C&C(034730) 사장)과 예비역 공군 준장 출신인 권모(61) 전 솔브레인 이사, 조모(50) 전 SKC&C 부장도 모두 무죄를 선고 받았다.

방사청은 국외 방산업체를 통해 신규 EWTS를 구입하기로 했다. 2007년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제작한 KT-1 훈련기 40대를 터키에 수출하는 대신 EWTS를 하벨산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방사청은 2009년 4월 하벨산과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 과정에서 이 회장과 권 전 이사 등은 하벨산 관계자와 만나 EWTS 공급가격을 부풀리기로 모의한 혐의를 받았다. 이 회장 등은 방사청과 EWTS 가격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SK C&C 계약을 조작한 비용 자료를 제출해 방사청이 당초 책정된 공급가격 5120만달러보다 두 배 많은 9617만달러에 계약하도록 한 혐의를 받았다.

방사청으로부터 받은 EWTS 대금은 이 회장과 하벨산사, SK C&C가 나눠 가졌다. 이 회장은 이 과정에서 하벨산과 SK C&C로부터 무기 중개수수료와 하도급 업체 선정 대가를 챙겼다. 검찰은 이 회장 등이 하벨산과 SK C&C가 공군 EWTS를 신규 개발한다고 방위사업청을 속여 계약을 체결했다고 의심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회장이 하벨산 등과 짜고 개발비 등을 가로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들이 방사청 EWTS 공급 가격을 부풀린 증거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법원은 SK C&C가 EWTS 방사청으로부터 신규 연구 개발비를 받아 챙긴 뒤 다른 회사에 재하청을 줬다고 해서 방사청과 계약을 위반했다고도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만 법원은 군사 기밀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를 무단으로 복제하고 군인에게 뇌물을 준 이 회장에게 유죄를 선고했다. 또한 일광공영 법인 자금을 사적으로 쓰고 일광공영이 운영하는 우촌초등학교 등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본인이 운영하던 일광공영과 계열사 자금과 운영하던 사립학교 교비를 여러 차례 빼돌렸다”라며 “무기중개상이란 신분으로 군대 기밀을 빼내는 대가로 국군 기무사령부 소속 군인에게 뇌물을 준 점 등 죄질이 무겁다”라고 판단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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