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공원 아기 기린 '엘사'. 하늘나라로..앞다리 골절

  • 등록 2016-02-26 오후 5:53:03

    수정 2016-02-26 오후 5:54:21

엄마 기린 환희와 함께 있는 엘사의 모습. 서울대공원 제공.
[이데일리 정태선 기자] 작년 7월에 태어나 많은 관람객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아왔던 새끼 기린 ‘엘사’(수컷)가 26일 하늘나라로 떠났다.

서울대공원은 생후 7개월인 엘사가 이날 의족을 부착한 상태에서 쓰러진 뒤 위 내용물이 구강으로 역류돼 기도에 들어가 오후 1시30분경 폐사했다고 밝혔다.

작년 9월24일 처음 공개된 이래 엘사는 귀여운 외모뿐 아니라 호기심 많고 활달한 성격으로 관람객들의 관심과 애정을 듬뿍 받았다.

엘사는 야외방사장에서 함께 생활하는 다른 동물을 쫓아다니며 장난치길 좋아했다. 사고는 18일 오후 2시26분께 야외 방사장에서 발생했다. 엘사는 이날 앞서 가는 다른 기린 3마리를 급히 따라가다 미끄러져 왼쪽 앞다리 발목 부근이 골절됐다. 어린 기린이다 보니 자기 속도를 조절하지 못하고 어른 기린보다 더 빠르게 달리다 미끄러진 것.

서울대공원 동물병원 수의사들이 총출동해 1차 응급처치를 하고 임시로 깁스를 했다. 이어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서 안락사시키느냐 엘사의 생존의지를 믿어보느냐를 두고 논의했다. 대형 초식동물은 다리가 생명과 직결된다. 이 때문에 해외 동물원에서는 비슷한 상황에서 대부분 안락사를 선택한다.

특히 기린은 신체구조상 무게 중심이 앞쪽에 몰려 앞다리 골절은 치명적이다.깁스를 한다고 해도 가만히 누워 있지 않고 일어나 움직이기 때문에 치료가 잘 되지도 않는다. 가만히 누워 있으면 위 안의 내용물이 역류되거나 몸무게 때문에 장기가 눌려 배에 가스가 차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대공원측은 엘사가 회복할 것이라는 희망의 끈을 먼저 놓지는 말아야 한다고 판단했다.

25일 오전 건국대학교 수의과대학 교수와 마사회 수의사, 동물병원 대표, 의족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전문가 자문회의를 열어 처치와 시술 의견을 들었다. 이를 토대로 오후 1시30분부터 엘사의 부러진 왼쪽 앞다리를 절단하고 임시 의족을 붙이는 수술을 했다. 오후 5시에 수술이 끝났고 30분쯤 지나서는 엘사가 마취에서 깨어나 먹이를 먹고 다시 일어나기도 했다.

그러나 26일 오전 0시30분, 엘사는 다시 쓰러졌다. 움직이려다가 중심을 잃고 넘어졌고 그대로 더는 서지 못한 채 1시간 뒤에 결국 숨을 거뒀다.

서울대공원이 26일 오전 9시30분부터 부검을 한 결과 위장 내 음식물이 역류해 기도를 막은 것이 직접적인 폐사 원인이었다. 서울대공원은 엘사 사고를 계기로 동물원 내 모든 야외 방사장 안전을 점검하기로 했다.

서울대공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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