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상윤 기자]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
(사진)은 28일 “700㎒ 주파수의 108㎒ 폭 배분과 관련 재난망으로 20㎒ 폭을 할당한 뒤, 기존 통신용으로 할당된 40㎒ 폭을 포함해 원점에서 재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이 지상파 방송사의 주장을 들어준 것으로 기존에 결정된 정책을 뒤엎는 발언이라 후폭풍이 예상된다.
최 위원장은 이날 정부과천청사 국무위원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700㎒ 주파수 대역 중 20㎒ 폭을 재난망으로 가져가는 데 (미래창조과학부와) 이견은 없다”면서 “다만 기존에 결정한 통신용 40㎒폭 할당은 구 방통위 때 결정된 것이지만 지금 상황이 다르니 제로 베이스에서 협의했으면 한다”고 이같이 말했다.
방송사와 통신사는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TV 전환 후 여유대역인 700㎒ 주파수 대역 배분을 둘러싸고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다. 지난 2012년 구(舊) 방통위는 700㎒ 대역의 108㎒폭 중 40㎒폭을 이동통신용으로 우선 할당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남은 68㎒폭 배분을 갖고 방송사와 통신사가 경쟁하고 있는데, 미래부는 최근 세월호 사태가 터지면서 이중 20~40㎒폭을 재난망에 우선 배분하겠다는 계획이다.
결국 28~48㎒ 폭만 남게 되는데, 지상파 방송사 입장에서는 초고화질방송(UHD)을 하기 위해선 턱없이 부족한 주파수라고 반발하고 있다. UHD 전국망 방송을 위해선 최소 54㎒폭이 필요한 만큼 이미 할당된 통신용 주파수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결국 그간 지상파 방송사를 중심으로 주장된 통신용 주파수 재논의 의견을 최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제기한 것이라 미래부와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크다. 최 위원장은 “개인적인 바람으로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다시 논의하자는 이야기”라며 논란을 수습하려고 했지만 방통위 수장이 소신을 밝힌 거라 파장은 클 수밖에 없다. 구 방통위의 의결 안건을 뒤엎는 것과 동시에 주파수 분배를 하는 미래부 권한을 침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방송 분야 전문가는 “이미 다양한 평가를 통해 의결됐던 안을 다시 뒤엎겠다는 발언인 만큼 후폭풍이 예상된다”면서도 “한편으로는 일단 재난망 주파수 배분을 우선적으로 하되 통신용 방송용 결정 문제는 좀 더 시간을 벌자는 판단이 아닌지 생각된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