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문 후보자 검증 소홀” vs 김기춘 “어디까지나 비서”

민주당, “문 후보자, 법인카드 의혹 등 해명 못해 사퇴해야”
김기춘, “법무부 장관을 그만둔 후 김 후보자 본 적이 없다”
  • 등록 2013-11-14 오후 6:52:04

    수정 2013-11-14 오후 6:52:04

[이데일리 박수익 이도형 기자] 현 정부 최고 실세 중의 한명으로 지목받는 김기춘 청와대 비서실장이 야당으로부터 박근혜 대통령의 공직후보자 인사문제를 집중 공격 받았다. 14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열린 청와대 국정감사장은 김 비서실장에 대한 청문회와도 같은 분위기였다.

야당은 국가기관 선거개입 의혹·인사 개입 논란 등 최근 현안에 청와대가 관여했다며 김 비서실장을 질타했다. 김 비서실장은 자신을 ‘기춘대원군’등 막후 실세로 지칭하는 야당의 주장을 의식한 듯, 한껏 몸을 낮췄다.

이런 가운데 민주당은 인사청문회에서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사퇴를 황찬현 감사원장 후보자, 김진태 검찰총장 후보자에 대한 동의와 연계할 것을 밝히며 파상공세를 펼쳤다.

野, 김기춘 집중공격…자세 낮춰

청와대 국정감사는 이날 처음부터 정회를 겪은 끝에 예정시간보다 1시간가량 지연되면서 오전11시를 넘겨 시작했다. 야당이 국정감사장에 불참한 홍경식 민정수석과 연제욱 국방비서관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여당이 반대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가 시작되자 야당 의원들은 김 비서실장에게 집중적인 공세를 퍼부었다. 김성주 민주당 의원은 한국개발연구원(KDI) 법인카드 사적 유용 논란에 휘말린 문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 “청와대에서 도대체 검증을 어떻게 했느냐”고 질타했다. 정진후 정의당 의원도 유영익 국사편찬위원장 논란을 거론하며 “제대로 검증 하나 안 하고 ‘전문성·도덕성·애국심으로 심사했다’고 말하니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비서실장은 야당의 공세에 적극 해명했다. 문 후보자 문제에 대해선 “카드사용은 인사검증 때 충분히 확인하지 못했다”며 “저희 나름대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김 비서실장은 “어디까지나 비서의 한 사람으로서 낮은 자세로 일하고 있다”며 “부덕의 소치이며 앞으로 더 낮고 겸허하게 일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김 후보자가 자신의 최측근 인사라는 의혹에 대해선 “92년 법무부 장관을 그만둔 후 김 후보자를 본 적이 없다”며 “우연의 일치로 (같은 고향인) 경남 출신이 된 것일 뿐이 전혀 지역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민주 “문형표 사퇴해야 황찬현·김진태 동의”

민주당은 법인카드 사적유용 의혹이 불거진 문 후보자의 사퇴를 전제로 황 후보자와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할 것으로 보인다.

전병헌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고위정책-약속 살리기 연석회의에서 “박근혜정부에서 제3의 인사참사를 막기 위해서라도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자의 사퇴는 불가피하다”며 공세를 펼쳤다. 전 원내대표는 “이 같은 요구를 청와대와 새누리당에 전달했고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문 후보자는 법인카드 사적유용 의혹 등을 해명하지 못했기 때문에 반드시 사퇴해야한다”며 “황·김 후보자도 부적격 사유가 있지만 (문 후보자의 거취를 보고) 좀 더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문 후보자가 사퇴할 경우 감사원장과 검찰총장의 임명에 동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인사청문특위 새누리당 간사인 이철우 의원은 “법정 시한을 사실상 넘기게 됐지만 민주당의 협조를 기다리겠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이른 시일 내에 민주당과의 합의를 끌어내 청문보고서를 채택한 후 임명동의안을 본회의 무기명 투표에 부친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문 후보자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극적 타협점을 찾지 못한다면 임명동의안은 상당기간 표류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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