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음파 기기 사용한 한의사 처벌 못한다…대법 새 판단기준 제시

초음파기기 사용해 환자 진료한 한의사
원심 '유죄' 벌금 80만원…대법 파기환송
"새 판단기준 필요…진단 보조도구 허용"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허용 취지는 아냐"
  • 등록 2022-12-22 오후 5:04:32

    수정 2022-12-22 오후 10:04:03

[이데일리 성주원 기자] 한의사가 초음파 기기를 사용해 진단해도 의료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나왔다.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무면허 의료행위 해당 여부에 관한 대법원의 새로운 판단기준이 제시됐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2일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 관련 의료법 위반 사건의 선고기일을 열고 피고인 한의사 A씨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위 사진은 기사내용과 무관함 (사진=이미지투데이)
한의사인 A씨는 2010년 3월부터 2012년 6월까지 한의원에서 환자를 진료하면서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했다. 환자의 신체 내부를 촬영해 초음파 화면에 나타난 모습을 보고 자궁내막의 상태를 확인·진단하는 방법으로 진료행위를 했다.

검찰은 A씨의 이같은 진료행위가 의료법 제27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의료법 27조 1항은 ‘의료인이 아니면 누구든지 의료행위를 할 수 없으며 의료인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1심과 2심 모두 A씨가 유죄라고 보고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판독에 관해서 서양의학의 학문적 원리에 기초해 개발·제작됐다는 점,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하는 의료행위가 한의학의 이론이나 원리의 응용 또는 적용을 위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는 점, 사용 자체로 인한 위험성은 크지 않지만 진단 자체가 중요한 의료행위라는 점 등이 원심의 주요 판단 근거가 됐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한의사인 A씨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한의학적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한 행위는 의료법 27조 1항 위반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보고 무죄 취지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춰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해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회통념에 따라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한의사의 진단용 의료기기 사용에 관해 종전 판단기준이 새롭게 재구성될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다.

이어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취지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며 “소위 ‘제2의 청진기’로 인식될 만큼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되는 초음파 진단기기에 대해 한의사에게 진단 보조도구로서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제1조에서 정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헌법 제10조에 근거한 의료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라고도 봤다.

대법원은 “다만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은 한의사로 하여금 침습정도를 불문하고 모든 현대적 의료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또한 이 판결을 의료법에 규정된 이원적 의료체계를 부정하는 취지로 확대해석해서는 안 되며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이 허용된다고 해서 곧바로 한의원의 초음파 검사료가 국민건강보험의 대상이 된다는 취지도 아니라도 강조했다.

서울 서초동 대법원. 사진=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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