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양지윤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흥행 돌풍을 일으켰던 두산로보틱스의 코스피 상장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국내 증시가 미국 장기채 폭등과 달러화 강세 여파로 휘청이고 있어 상장 첫날 화려한 신고식을 치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 [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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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두산로보틱스는 내일(5일)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한다.
두산로보틱스의 공모가는 2만6000원이다. 한 때 고평가 논란도 있었지만, 희망공모가 범위 상단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일반 청약경쟁률 524.05대 1에 청약증거금 33조1093억원이 몰리며 흥행에 성공했다.
공모가 기준 예상 시가총액은 1조6853억원이다. 현재 코스닥 로봇 대장주인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시가총액은 약 2조9800억원이다.
두산로보틱스는 레인보우로보틱스보다 매출 규모가 훨씬 큰 데다가 기업 위상도 앞선다는 평가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올해 상반기 매출액 69억원, 영업손실 23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액은 136억원, 영업이익은 13억원이다. 두산로보틱스는 지난해 매출액 449억원, 올해 상반기 23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은 지난해 132억원 적자에 이어 올 상반기는 99억원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기준 국내 1위, 세계 4위 협동로봇 기업이다. 특히 해외 매출 비중은 60%가 넘고, 2018~2022년 매출액 성장률이 46%를 기록하는 등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두산로보틱스가 상장 후 레인보우로보틱스 시가 총액을 넘어설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상장일 유통 물량 부담도 적은 편이다. 상장 첫날 유통가능 주식은 1191만4648주로 전체 상장 주식의 18.4%다. 매도 물량이 적게 나올수록 주가가 급등할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진다. 상장 첫날 주가는 공모가의 60%인 1만5600원에서 400%인 10만4000원까지 움직일 수 있다.
문제는 최근 국내 증시 분위기가 급격하게 나빠졌다는 점이다. 이날 코스피 시장은 외국인의 매도세에 발목이 잡히며 2405.69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가 2400선으로 떨어진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2.56%)이후 처음이다. 국내 증시의 큰손인 외국인은 추석 연휴 이후 첫 거래일에 4045억원어치 내다팔았다. 이날 뉴욕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81%를 ‘터치’한 후 4.795%에 마감했다. 전 거래일 대비 무려 11.2bp(1bp=0.01%포인트) 이상 오르며 2007년 10월 15일 기록한 4.719% 이후 최고치를 연일 경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가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국 의회가 예산안 처리를 놓고 진통을 겪고 있는 데다가 고금리 정책도 지속될 것으로 보이고 있어서다. 로봇주는 고금리에 취약한 성장주로 분류되는데, 미국의 긴축 완화 가능성이 줄면서 불리한 환경이 지속될 전망이다. 두산로보틱스 역시 상장 후 이같은 흐름에서 비켜가기는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근 로봇주가 큰 폭의 조정을 받고 있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로봇 대장주 레인보우로보틱스는 연초 3만4000원선이던 주가가 지난달 11일 24만2000원까지 602.47%나 폭등했다. 그러나 최근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를 떠나면서 주가가 하락해 현재 15만5000원까지 미끄러졌다. 뉴로메카와 에스비비테크 역시 주가가 고점 대비 20~30% 정도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