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세가 주춤하면서 일명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다)’ 대출로 내 집 마련에 나선 이들이 잠 못 이루고 있다. 아파트 거래량이 줄고 호가를 낮춰 파는 하락거래 비중이 늘어나면서다.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부담에 집값 하락 공포까지 겹치면서 영끌족들의 불안 심리가 가중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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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서구의 W단지(2198가구)와 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H단지(1292가구) 등 수도권 대단지 아파트에서는 9월 매매 거래가 아예 없는 곳이 수두룩하다. 이들 단지에서는 호가도 최고가 대비 2000만~5000만원가량 떨어졌다.
실제로 부동산 빅데이터업체인 아파트실거래가(아실)를 보면 안양시 동안구의 매물이 두 달 전보다 121.6% 늘어 수도권에서 매물 증가율 1위를 보였다. 서울은 전체적으로 10.8% 증가한 가운데 자치구별로 도봉구 35.3%, 노원구 27.9%, 서대문구 26.7% 순으로 매물이 늘었다. 안양 지역에서 매물이 많이 나온 것은 올해 입주물량이 1만1000가구로 지난 2003년 1만3000가구 이후 가장 많은 신규공급 물량이 나온 요인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매수우위지수에도 반영됐다. KB리브부동산이 발표한 주간KB주택시장동향(11일 기준)에 따르면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전주(96.9)보다 하락한 94.5를 기록했다. 인천(110.6)을 제외한 5개 광역시에서는 광주가 127.6으로 가장 높았고 부산 90.8, 울산 84.4, 대전 78.3, 대구 42.0 등으로 전국적으로 기준선 100 미만의 매수 희망자보다 매도 희망자가 더 많은 상황이다.
윤지해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수요억제 중심의 정부의 부동산규제 방식이 바뀌지 않았고 같은 기조에서 대출규제가 이뤄지면서 일시적인 상승폭 둔화로 보여진다”며 “향후 충분한 주택공급 물량이 없으면 특정시점에서 억누른 수요가 튀어오르면서 집값이 큰 폭 상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집값 상승에 대한 피로감과 대출규제가 이뤄지면서 매수세가 꺾인 측면이 있다”며 “다만 여전히 주택공급량이 부족하기 때문에 내년에는 매매와 임대 모두 상승폭이 확대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