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아시아태평양지역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는 원론적 입장을 내놓으면서도 이같은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이에 따라 중국은 TPP를 견제하는 차원에서 동남아국가 10개국과 함께 추진 중인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에 박차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가 하면 중국의 뒤늦은 TPP 가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TPP 최대 피해자?’ 촉각 세우는 중국
한국과 함께 TPP에서 빠진 중국은 TPP 협상 타결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무덤덤한 모습이다. 상무부 대변인은 “TPP는 현재 아태 지역의 중요한 자유무역협정중 하나”라며 “TPP가 지역의 교역활성화와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TPP가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운영돼 다른 무역 기구들과 함께 역내 투자 및 자유무역을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면서 “중국은 TPP 협상 과정을 예의주시하고 성과를 평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 지역 경제협정에 참여하지 않은데 따른 불이익이 있지는 않을 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바이밍(白明) 중국 상무부 국제시장연구부 부주임은 “중국의 새로운 경쟁 우위가 아직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 TPP의 출현은 무역대국인 중국의 위상에 충격을 주거나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다”고 언급했다. 스인훙(時殷弘) 중국 인민대학 국제관계학원 부주임도 “중국이 개혁에 성공하지 못하면 미국의 뒤를 따라야 할 것”이라며 “TPP가 제공하는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과 함께 이번 타결을 주도한 일본 언론도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게 됐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TPP는 패권주의 움직임을 강화하는 중국에 대한 견제가 될 것”이라고 논평했다.
중국은 무엇보다 TPP 타결로 자국이 무역 차별을 받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아태 지역은 중국으로서는 대외무역의 중요한 거점지역이다. 미국과 다른 동아시아 국가에 대한 수출비중이 전체의 절반에 이르기 때문이다.
더욱이 중국은 수출 분야가 상당 부분 겹치는 베트남이 TPP에 참여하기 때문에 미국, 일본 등에 대한 수출품목이 대부분 베트남으로 이동할 가능성을 염려한다. ‘세계의 공장’ 타이틀이 베트남으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에도 베트남의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6.0%보다 높은 6%대 중반으로 전망된다. 이는 외국인 투자와 제조업 생산 증가 덕분이다.
베트남경제정책연구소(VERP)는 TPP로 축산업 등 일부 업종 경쟁력은 떨어지겠지만 섬유·의류, 신발, 건설 분야에서 외국인 투자가 확대되고 수출이 증가해 경제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중국 경제포털 텅쉰차이징은 TPP 협정이 중국에 대한 무역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효과를 유발하고 중국 수출시장을 잠식해 중국 경제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中, RCEP로 TPP 맞대응?
중국은 지역 내 영향력을 유지하고 미국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10개국과 함께 추진해온 RCEP 타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한국, 일본, 인도 등이 참여해 역내 무역, 서비스, 투자 자유화를 목표로 하는 RCEP은 국내총생산(GDP) 22조 달러 규모에 34억명 인구의 거대 시장을 갖고 있어 충분히 TPP에 맞설만하다는 분석이다. 중국 내 전문가들은 미국의 RCEP 참여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추진해야 할 필요성도 제기하고 있다.
아사히신문도 “무역 자유화 효과를 높이도록 중국과 한국이 동참할 필요가 있으니 양국을 포괄하는 RCEP나 한·중·일 자유무역협정 교섭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RCEP는 낮은 단계의 무역자유화부터 차근차근 시작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완전개방을 추구하는 TPP보다는 격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TPP 참여국은 미국, 일본, 캐나다, 브루나이, 호주, 멕시코,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베트남, 싱가포르, 칠레, 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