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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이준기 특파원] 미국이 중국과 1단계 무역합의 서명을 하루 앞두고 대중(對中) 관세의 추가 감축이 없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이미 공개한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철회 혹은 인하 외에 나머지 2500억달러의 관세(25%)는 유지하겠다는 뜻을 확인했다. 이번 서명으로 ‘관세 장벽’이 확 낮아지지는 않는 셈이다.
이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복안으로 읽힌다. 올해 대선 때까지는 1단계 합의를 통해 시장의 우려를 잠재우는 동시에 2단계 협상 때 우위를 점하려는 것이다.
美 “對中 관세 2단계 합의까지 지속”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기존 관세들은 2단계 합의 전까지는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11월 대선까지 대중 관세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라는 외신 보도를 공식 확인하면서다. 므누신 장관은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2단계 협상을 빠르게 시작한다면 협상의 일부로 관세 추가 감축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달 미국은 중국과 1단계 합의를 공식화하면서, 1600억달러 상당의 중국산 수입품에 부과하려 했던 관세를 보류하고 기존 1100억달러에 적용했던 관세를 15.0%에서 7.5%로 내리기로 했다. 다만 나머지 2500억달러에 대한 25.0% 관세는 두기로 했다. 므누신 장관이 이날 밝힌 것은 이같은 합의에서 추가로 관세를 조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광범위한 관세 철폐’를 요구해 왔던 중국에 쐐기를 박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전날 환율조작국 지정을 해제하며 불었던 훈풍과는 또 달라진 분위기다.
1단계 서명 목전에 나온 미국의 관세 유지 성명은 이중 포석으로 분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행보를 이미 시작한 만큼 1단계 합의를 서둘러 무역전쟁을 둘러싼 시장의 우려를 완화하는 게 첫 번째다. 아울러 중국에 1단계 합의의 이행을 강제하고 2단계 협상의 우위를 선점하겠다는 게 두 번째다. 경기 둔화 걱정을 잠재우되, 자국 내 지지층도 결집하겠다는 의도다. 불룸버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추가 관세 인하는 향후 최소 10개월간 중국의 1단계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한 후 논의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중국은 이번 미국 관세 조정의 대가로 미국산 상품·서비스 구매 확대 등을 약속했다.
여전히 공고한 美·中 ‘관세 장벽’
채드 바운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높은 관세율은 이제 뉴 노멀(new normal)이 됐다”고 말했다.
국제금융시장은 움츠러들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와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각각 4.98포인트(0.15%), 22.60포인트(0.24%) 떨어진 3283.15, 9251.33에 장을 마감했다. 월가(街)의 공포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의 변동성지수(VIX)는 0.57% 상승한 12.39를 기록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이날 오후 1시52분 현재 20.50포인트(0.66%) 내린 3086.33에 거래 중이다. 선전성분지수도 0.62% 하락하고 있다. 중국 외에 한국, 일본, 대만, 홍콩 등 아시아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가 쪼그라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