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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검찰은 조 사장에게 징역 10월의 실형을 구형한 바 있다.
이번 사건의 발단은 1년3개월 전 독일 베를린에서 벌어졌다. 매년 9월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유럽 최대 가전전시회 IFA 참석차 지난해 9월 3일 베를린을 방문한 조성진 사장이 시내 가전매장에서 삼성전자(005930)의 크리스털블루 세탁기를 살펴보던 중 도어를 힘줘 누르는 과정에서 도어 연결부(힌지)가 파손된 것이다.
조 사장 등 LG전자 임원진이 자리를 뜨고 난 후 제품 파손을 확인한 삼성전자 현지 주재원은 매장을 방문하기로 한 윤부근 삼성전자 소비자가전(CE)부문 사장 일행에 이런 사실을 보고했다.
이후 독일 경찰에 신고가 접수됐고 폐쇄회로TV(CCTV) 영상을 통해 조 사장 등의 신원이 밝혀졌다. LG전자가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당시 LG전자는 “다른 매장에서도 똑같은 하중체크를 했는데 유독 삼성전자 제품만 파손됐다”며 “고의로 파손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피해자인 삼성전자 측은 즉각 세탁기를 고의로 파손한 것으로 의심되는 조 사장과 세탁기 담당 조모 상무는 물론 삼성 제품의 힌지 부분이 취약해서 벌어진 일이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한 홍보 담당 전모 전무 등을 업무방해 및 재물손괴,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의뢰했다.
검찰은 지난해 12월26일 LG전자 서울 본사와 경남 창원 공장 등을 압수수색했다. 관련 임직원들의 휴대전화와 노트북 하드디스크, 업무일지, 메모지, 이메일 내역 등을 확보해 분석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LG전자는 올초 삼성전자 측에 유감의 뜻을 표시하며 합의를 시도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법원은 지난 2월 조성진 사장과 조모 상무, 전모 전무에 재물손괴와 명예훼손 등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반면 LG전자의 고소에 대해서는 입증할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내렸다.
파국으로 치닫던 삼성과 LG의 세탁기 분쟁은 조 사장 등이 불구속 기소되고 나서야 변화의 조짐이 나타났다.
삼성과 LG는 지난 3월31일 전격적으로 화해했다. 양사는 권오현 삼성전자 대표이사와 박동건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구본준 LG전자 대표이사와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대표이사 명의의 법적 분쟁 종결 합의서를 발표했다.
삼성 측은 지난 4월 조 사장 등에 대한 고소를 취하하고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견을 법원에 제출했다. 그러나 검찰은 공소를 취소하지 않아 형사 사건 재판이 계속됐다.
검찰은 지난 4월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윤승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조 사장 등에 대한 공판준비기일에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포함해 모든 혐의에 대한 공소 자체는 유지한다”며 “피고인들의 주된 혐의가 명예훼손이며, 이 재판의 관할이 서울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공소를 취소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통상적으로 명예훼손은 피해자 의사에 반해 기소할 수 없는 반의사불벌죄이기 때문에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히면 공소를 취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검찰이 공소 유지 방침을 밝힌 것은 수사 과정에서 비협조적으로 나온 LG전자에 ‘괘씸죄’를 적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검찰은 지난달 17일 결심공판에서 “삼성 세탁기를 고의로 망가뜨리고 품질을 깎아내리는 보도자료를 승인하고도 뉘우침이 없다. 출석도 계속 미룬 점 등을 고려해 실형이 선고돼야 한다”며 조 사장에게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함께 기소된 조모 상무와 전모 전무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원과 500만원을 구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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