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새누리당의 2년 임기 신임 당대표에 김무성 의원(5선)이 선출되면서 그동안 꽉 막혀있던 여야 관계에 ‘물꼬’가 트일지 주목된다. 그간 김 의원이 여야 쟁점 사항에서 야당의 손을 들어주는 목소리를 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변화’에 대한 기대가 높다.
비주류 대표격인 김 대표의 당선은 그동안 수직·종속적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당청관계의 일대 변화를 예고한다. 1만4413표라는 압도적 격차로 친박 대표격인 서청원 의원을 여유롭게 따돌렸다는 점이 이미 달라진 당내 분위기를 선반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는 박근혜정부의 잊어진 구호인 ‘경제민주화’를 다시 정면에 세우겠다는 의지도 내비쳤다. 취임 직후 ‘규제완화’로 방향을 선회한 박근혜정부의 경제기조와는 결을 달리하는 주장이다. 그는 앞서 정견발표에서 “우파나 좌파나 모두 분노의 시대로 접어들고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며 “불공정 게임의 룰을 바로잡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대표가 지난해 4월 재보선으로 국회에 입성한 후 보인 행보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지난해 말 박기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물밑 협상 끝에 최장기 철도파업에 ‘출구전략’을 마련한 바 있다. 이를 두고 ‘강한 공기업개혁 추진’이라는 박근혜정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었다는 해석이 적지 않았다. 야당이 강력하게 주장하는 ‘임을 위한 행진곡’의 5·18 광주민주화운동 공식기념곡 선정에 대해서도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유가족과 광주시민이 원하는 대로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 관계의 첫 번째 실험대는 오는 16일 본회의 처리를 앞두고 있는 세월호 특별법이 될 듯하다. 여야는 현재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기소권을 부여하느냐를 두고 ‘줄다리기’를 계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기홍 새정치연합 수석대변인도 이날 김 대표의 당선에 대한 서면논평에서 “새누리당의 변화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규명이라는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지난 대선과정에서 박근혜캠프의 총괄선대본부장이었던 김 대표와 야당 간 쌓인 구원(舊怨)이 적지 않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서해북방한계선(NLL) 녹취록’ 논란이다. 당시 김 대표는 부산서면 유세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며 회의록을 낭독했고 이를 두고 2007년 남북정상회담이 유출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거세게 일어났다. 김 의원은 추후 검찰 조사에서 “지라시(찌라시·사설정보지)에서 봤다”고 서술, 무혐의 판결을 받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