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발표된 ‘경쟁력 강화 방안’은 공급과잉 업종이 구체적으로 명시됐고 이를 고부가 품목으로 바꾸는 방안이 포함됐다는 게 특징이다. 철강 업종이 32%, 석유화학 업종이 12% 공급과잉 수준이라는 점도 이날 처음으로 공개됐다. 정부는 특정업체를 거론하지 않고 ‘업계 스스로 구조조정을 해야한다’는데 방점을 찍었지만, 설비 감축, 통폐합, M&A이라는 단어를 경쟁력 강화방안에 분명히 명시했다.
자율 사업재편이지만 M&A 필요성 명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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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은 테레프탈산(TPA)·폴리스티렌(PS) 품목이 공급과잉 품목에 지정됐다. 정부는 TPA의 경우 M&A를 통해 현 생산규모(585만t)을 적정 수준으로 감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밝혔다. TPA는 한화종합화학, 삼남석유화학, 태광산업(003240), 롯데케미칼(011170), 효성(004800) 등 5개 업체가 생산 중이다. PS의 경우 73만t의 설비 중 내수물량을 초과하는 설비 위주로 시장 상황을 감안해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게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합성고무(BR, SBR)와 PVC 품목은 증설 없이 고부가 제품으로 사업 전환을 유도하기로 했다.
경쟁력 강화 방안은 R&D 투자 등을 확대하는 게 골자다. 철강의 경우 △한국가스공사·석유공사와 유정용 강관 등 고부가 제품 수출연계 △3대 고부가 철강재(미래차, 에너지, 건설), 3대 경량소재(타이타늄, 마그네슘, 알루미늄)에 R&D 투자 등이 추진된다.
정부는 고강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은 “철강 공급과잉 품목인 후판은 이대로 가면 내년 중반 이후에는 버티기 어렵다”면서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을 예의주시 중인데 유가가 80~90달러로 올라 가면 석유화학에 큰 위기가 온다”고 말했다. 유일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관계장관회의에서 “뼈를 깎는 혁신과 체질 개선을 요구하는 구조조정과 산업개혁”이라며 선제적인 사업재편을 촉구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고민 깊어진 업계..“경고 메시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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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 업계는 어리둥절한 모습이다. 단순한 생산량 감축인지, M&A를 통한 생산량 감축인지 정부의 의중을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컨설팅 업체인 베인앤컴퍼니가 작성한 조사결과가 관련 석유화학 업계와 충분히 공유되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업계가 이미 나름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정부가 업계 자율로 사업재편을 하라는 의중을 종잡을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플랜 B’까지 고려한 대책을 세울 것을 주문한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내 M&A 시장이 활성화되지 않았고 노사 문제가 있기 때문에 M&A를 통해 구조조정을 하는 게 어렵다”며 “민간에 맡겨 놓고 인센티브를 주는 방향으로 가되 사업재편이 지지부진할 경우 시기를 놓치지 말고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경환 실장은 “구조조정에는 반대가 있을 수밖에 없다”면서 “업계 자율 원칙으로 국제적인 통상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 범위에서 사업재편 지원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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