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정 갈등 공회전 속…진료실 시인들의 찬란한 詩

한국의사시인회 시집 제12집
씨앗들의 합창
김연종 외 21명|144쪽|도서출판 황금알
"가장 잘한 건 언어의 집 한 채 지은 것"
  • 등록 2024-07-03 오후 4:38:08

    수정 2024-07-03 오후 4:48:53

[이데일리 김미경 기자] ‘환자는 텍스트’. 의사는 진단과정을 통해 환자의 호소와 증상, 검사소견을 살피는 문학적 해석 활동을 한다는 뜻이다.

한국의사시인회가 결성 12년째를 맞아 시집 ‘씨앗들의 합창’(황금알)을 펴냈다. 이번 시집에서는 시(詩)를 사랑하는 22명의 의사시인이 쓴 시들을 엮었다. 첫 시집 ‘닥터 K’ 출간 이후 12번째 시집이다. 제목은 고추를 소재로 해 생명과 고통, 그리고 그 안에서의 희망을 다룬 박세영의 시에서 따왔다.

시집은 ‘진정한 의학은 인간에 대한 심오한 이해에 관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詩)와 깊이 닿아 있다고 말한다. 시와 의학의 융합은 직관, 상상력 그리고 창의적 공감을 바탕으로 서로를 풍부하게 한다는 것이다.

의사 시인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그러나 현실은 의학과 시가 과학과 예술로 구분되어 각각의 영토에 제각기 놓여 있을 뿐”이라며 “구별을 헐어내고 사귀어 서로 오가는 통섭(通涉)의 능력을 갖춘 의사시인의 능동적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이다.

출구가 없어 보이는 의정 갈등 속 밤잠을 밀어두고 섬세한 인간애를 풀어낸 시의 행간을 살필 기회다.

김연종 한국의사시인회 회장은 서문을 통해 “의료 대란이라 하기도 하고 의정 갈등이라 칭하기도 하는, 집단 우울증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단단히 마음을 추수려 보지만 쉽게 빠져나오기 힘들 것 같다. 승자도 패자도 없는 전쟁에서 우리는 조금씩 시들어간다”며 “하수상한 시절, 가장 잘한 건 언어의 집 한 채 지은 것”이라고 썼다. 이어 “시(詩)는 보이지 않던 긴 터널의 시간이었다. 묵언의 시절에 뿌려 놓은 씨앗들의 합창”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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