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운영자금 조달을 위해 2200만4890주의 신주를 발행하는 45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한다. 실권주는 일반공모 할 예정이며 1주당 배정되는 신주의 수는 0.2380498583다. 우리사주에 20%( 440만978주)를 우선 배정한다.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실시 배경에 대해 “차입금 상환 등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며 “이번 유증으로 차입금을 상환하면 부채비율은 900%로 낮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금융 전문가들은 지난 4분기 원·달러 환율이 상승함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급증 여파와 한진해운 손실 처리로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100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했다. 부채비율이 1000%를 상회하면 생길 수 있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카드로 유상증자를 꺼내 든 것. 대한항공의 일부 차입금은 부채비율이 1000%를 웃돌면 조기 상환 조건이 걸려 있다.
추가적 자금 조달 필요…“재무구조 불확실성 해소 어려워”
하지만 이번 대규모 유증에도 추가적인 자금 조달이 필요한 상황으로 재무구조 불확실성을 해소하기엔 어려워 보인다.
특히 2018년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은 2조8000억원 규모로 유동성 확보를 위한 차환(이미 발행된 사채를 상환하기 위하여 새로운 사채를 발행)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매년 비행기를 도입할 때 금융리스 부채가 늘어난다는 점도 부담스럽다. 최신 대형기인 B747-8i의 가격은 한대당 3억달러(우리돈 3560억원), A380은 4억달러(4760억원) 수준으로 부채의 추가 계상이 불가피하다. 대한항공은 올해 CS300 (8대), B747-8i(3대), B787-9(3대)를 금융리스 방식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한준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저유가로 인한 호실적에도 유동성 리스크가 발생한다는 건 그만큼 차입금 부담이 과중하다는 걸 방증한다”면서 “결국 EBITDA가 큰 폭으로 증가하지 않는 한 부채비율 부담과 만기도래금액에 대응하기 위한 차환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신용등급 상향?… “내년에도 글쎄”
역대 두번째 규모의 자금 조달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지난해 두차례나 떨어진 신용 등급을 끌어 올리진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기 위해선 자본 확충 등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봉균 한국기업평가 평가전문위원도 “최대 호황기를 맞아 영업실적이 좋아졌는데도 차입금은 줄지 않고 있다”면서 “이번 유상증자 이슈는 신용등급에 영향을 미칠 사항이 못된다”고 평가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최대 호황기를 맞으며 영업이익이 개선됐지만 항공기 도입과 호텔·레저 사업 등 동시다발적인 투자에 나서면서 차입금 상환에 투입한 자금은 크지 않았다. 작년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전년비 40% 이상 증가한 9425억원을 기록했으며 6년 만에 영업이익 1조원 달성이 점쳐지고 있다.
이어 그는 “재무부담이 너무 큰 상황”이라면서 “회사채와 영구채 발행도 잘 안되고 있어 재무적 버퍼(Buffer)를 조금 더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해 3월 BBB+로 신용등급이 내린 이후 지난달 BBB로 또한번 하향 조정했다. 과중한 재무부담, 재무부담 완화 어려움 등을 이유로 들었다. 한국신용평가도 지난해 대한항공의 신용등급을 BBB로 끌어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