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수출주 버리고 내수주 사는 까닭은

8일 연속 순매도..1조2000억원 넘게 팔아
원화 강세 여파..한전·KT·SKT 등 대거 사들여
中지표 뚜렷한 개선 시까지 내수주 사 모을듯
  • 등록 2014-05-12 오후 7:25:11

    수정 2014-05-12 오후 7:25:11

[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수출주를 향해 애정이 어린 시선을 보냈던 외국인이 최근 들어 내수주로 마음을 바꾼 듯 보인다. 금융투자업계는 원화 강세 수혜와 더불어 안정된 실적 달성이 가능한 내수주에 대한 외국인의 러브콜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100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나타냈다. 외국인은 거의 한 달에 걸친 순매수 행진을 끝내고 지난달 28일부터 매도세로 돌아선 뒤 8거래일 연속 팔자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기간 외국인이 쏟아낸 매물은 1조2000억원을 웃돈다.

한국거래소 자료에 따르면 외국인은 4월28일부터 5월9일까지 NAVER(035420)를 가장 많이 팔았다. 외국인이 3050억원 넘게 순매도한 탓에 NAVER 주가는 7.6% 하락했다.

NAVER를 제외한 나머지 종목들의 면면을 보면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수출주 일색이다. 현대차(005380)(2208억원)와 삼성전자(005930)(1811억원) 삼성중공업(010140)(1111억원) 한화케미칼(009830)(620억원) 현대모비스(012330)(488억원) 등이 외국인 순매도 상위 리스트에 포함됐다. 그나마 삼성전자(005930)는 12일 그룹 지배구조 개편 가속화 기대에 다시 외국인의 선택을 받았다.

외국인은 수출주를 대거 처분하는 대신 경기방어주 성격의 내수주를 쓸어담았다. 한국전력(015760)을 1237억원어치 사들인 것을 비롯해 KT(030200)(414억원), 삼성화재(000810)(398억원), SK텔레콤(017670)(318억원) KT&G(033780)(267억원) 오리온(001800)(182억원) 한전KPS(051600)(169억원) 등이 외국인 매수의 주요 표적이 됐다.

외국인 매수세의 무게중심이 내수주로 옮겨지는 일차적 배경으로는 브레이크 없는 원화 강세 행진을 꼽을 수 있다. 지난 3월 말부터 급격히 하락하기 시작한 달러-원 환율은 1020선은 물론 이제 1000원선까지 위협받고 있다.

주요 수출기업의 생산기지가 해외로 이전한 것을 감안하더라도 원화 강세가 장기화되면 수출주 실적에는 일정 부분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1분기 어닝시즌이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한 터라 외국인 입장에선 수출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더 떨어질 법하다.

이런 상황에선 아무래도 한국전력과 같은 유틸리티나 SK텔레콤, KT와 같은 통신 등이 안정적인 업종으로 여겨진다. 한국전력의 경우 원화 가치가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등과 연동, 원화 가치 상승 시 실적 개선 가능성이 커 외국인의 집중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원화 강세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우리나라 수출과 연관된 주요국 경제지표가 눈에 띄게 회복되지 않는다면 당분간 내수주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세는 유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오승훈 대신증권 시장전략팀장은 “수출주에 대한 외국인의 시각은 중국 등 주요국 경제지표 변화에 달렸다”며 “이들 국가 지표가 뚜렷한 개선을 나타낼 때까지 외국인은 당분간 유틸리티와 건설, 통신 등을 매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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