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안치영 기자] 의정갈등 여파로 올해 상반기 국공립·사립대 병원 실적에 빨간불이 켜졌다. 초대형병원 중심으로 실적 감소가 컸으며 전공의 이탈을 겪지 않은 일부 병원은 오히려 실적이 호전됐다.
17일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실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의대를 보유한 국공립·사립대 의료기관 36곳 중 33곳이 전년 대비 수익이 줄었다. 서울대병원 등 국공립대 부설 병원 12곳의 올해 상반기 평균 당기순손실은 약 2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당기순손실이 192억원 증가했다. 연세세브란스병원 등 24개 사립대 부설 병원의 경우 작년 상반기 평균 69.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평균 33.7억원 당기순손실로 전환됐다. 평균 103.5억원 당기순손실이 증가했다.
| 국공립·사립대 병원 당기순손실 비교 (자료=한지아 의원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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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공립병원과 사립대병원 모두 규모가 큰 병원, 이른바 빅5 병원일수록 적자폭이 커졌다. 작년 상반기 3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던 분당서울대병원은 올해 상반기 516억원 적자를 기록, 순손실 증가폭이 727억원으로 조사된 국립대 병원 중 가장 손실폭이 컸다. 사립대병원은 연세세브란스병원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연세세브란스병원은 작년 상반기 순이익이 737억원이었지만 올해는 160억원으로 897억원 줄어들었다. 서울대병원 또한 작년 상반기 대비 순손실이 516억원 늘었다.
빅5 병원의 손실이 커진 이유는 병원내 의사수 대비 전공의 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대형병원들은 인건비 부담으로 인해 전문의보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공의를 선호했다. 빅5 병원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져 2023년 말 기준 서울대병원의 전공의 비율은 46.2%로 다른 병원들에 비해 가장 높다. 분당서울대병원도 비슷한 수준이며 연세세브란스병원도 40%가 넘었다. 전공의가 병원을 떠나면서 수술 건수가 줄고, 빈 병상이 늘어나면서 각 병원의 매출 감소 규모가 커졌다. 반면 대형병원의 비용 지출은 거의 그대로인 상황이라 전공의 의존도가 큰 병원일수록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빅5병원 등 대부분의 병원의 실적이 악화했지만 일부 병원은 오히려 실적이 호전됐다. 작년 상반기 142억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던 중앙대광명병원은 올해 상반기 10억원의 손실을 기록, 손실 규모를 131억원 줄였다. 이번에 실적이 공개되지 않은 이대서울병원 또한 상반기에 실적이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적이 호전된 병원 대부분은 전공의가 없는 병원이다. 전문의 중심 진료를 이어가던 병원들이 이번 의정갈등 사태에 반사이익을 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