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플랫폼 무역전쟁에서 승기잡기

  • 등록 2024-03-04 오후 3:50:55

    수정 2024-03-04 오후 3:50:55

[이순석 디지털건축가, ETRI]
이순석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박사


2024년 새해의 첫 달이 지나가기 직전, 중국의 거대 온라인플랫폼인 알리바바가 2달간의 한시적 전투에 대한 선전포고를 감행했다. 해외직구플랫폼인 알리바바 익스프레스(아히 알직이라 칭함)는브랜드에게 수수료를 면제해주겠다는 선전포고다.

왜, 우리만일까? 최고수준의 물류체계가 갖추어져 아시아권내에서 5일 이내의 배송이 가능한 시장에 대응할 수 있으며 시장의 정서가 개방적인 거의 유일한 나라가 한국이기 때문이다.

바게인파워(총매출 1,216억불, 2022)가 커질수록 수익을 창줄할 틈은 지속적으로 생성되기 마련이기 때문에 던질 수 있는 승부수다. 한국의 플랫폼은 아직 알리바바의 바게인파워에 미치지 못하기에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선전포고인 셈이다.

한국의 소비자들이 열렬히 환영할 것은 불을 보듯 뻔해 보인다. 전투를 시작하기도 전에 백기 투항이냐 아니면 구면전환이 가능할 것인가는 3월말이면 판가름 날 것이다.

2월에는 우리의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 공정거래 촉진법(일명 플랫폼법)을 발표하고 알리바바는 한국 브랜드의 입점을 3월말에 마감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플랫폼법은 다른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을 방해하는 행위를 금지할 것이기 때문에 알직에 국내 브랜드의 입점(멀티호밍이라 칭함)을 막을 수단이 없다.

한국의 소비자는 알직의 무료 수수료 정책 때문에 생기는 잉여가 가격(배달비 포함)에 반영될 것을 기대하기 때문에 더욱 더 환영할 일이기 때문이다. 알리바바가 가지는 바게인파워만으로도 플랫폼법에 금지하는 끼워팔기·자사우대·최혜대우·멀티호밍 등 4대 금지조항에 대하여 알직이 유혹을 느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국내법에 너무나 순종하는 플랫폼이 아니겠는가.

제정을 추진 중인 한국의 플랫폼법은 EU의 디지털시장법과 취지와 규제의 접근방법이 동일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4대 금지조항이 주요 내용이다. 공정을 최우선시하는 것이 그 법의 정신이다. 가까운 일본은 현 정부가 초기에 추진했던 플랫폼들의 자율규제에 방점을 두고 있다. 공정성보다는 투명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한다. 일본의 움직임은 투명성과 절차적 공정성을 서로가 확인할 수 있는 공학적 방법론만 제공된다면 스스로를 점검하고 자율규제에 대한 자율적 진화압박을 가할 수 있다.

여기서 재미있는 질문이 성립된다. 알직이 일본에 대해서 한국에 하고 있는 것과 동일한 선전포고를 쉽게 할 수 있을까?

하지 못한다면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그 이유라면 일본의 접근방식을 따르게 되면, 알직이 영업이익을 남기는 부분이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이면에 있다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다거나 짐작할 수 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일종의 영업비밀의 노출인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철저하게 4대 금지조항이 준수되고 있다는 것을 실제적으로 확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알직이 그런 영업비밀의 노출에도 신경쓰지 않는다면 조만간 일본에도 선전포고는 얼마든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우리가 발등에 불이 떨어진 꼴이다. 짚어본 것처럼 우리의 플랫폼법이 국내의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것은 이제 누구나 이해할 수 있다.

그럼, 국내 브랜드와 국내 소비자에게는 장기적으로 어떤 도움이 되는지에 대하여 살펴볼 차례다. 알직에 입점한 국내 브랜드는 알리바바가 개척해놓은 글로벌 시장, 특히 동남아 시장에 상품을 팔 수 있어 좋다. 수수료도 면제이고 거래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매출 상승은 불을 보듯 좋아질 것이다.

한국의 플랫폼들이 한국을 포함한 동남아, 글로벌 시장에서 매출점유율이 하락하거나 충성고객의 수가 줄어드는 현상이 일어나는 시점부터 알직은 다른 마음을 품을 수 있다는 것은 어렵지 않게 전망해볼 수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속성이 그러하고 쉽게 돈을 버는 방법에 대한 강한 유혹을 떨쳐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아차하며 위협을 감지하는 순간 한국 브랜드들은 자신에 대한 가치 축적이 자신들에게 있지 않고 알직에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차리게 된다. 아무리 4대금지를 규제한다고 하더라도 모든 가치 경험에 대한 모든 트래픽은 알직이 독차지 하고 있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깨닫게 되는 것이다.

고객들이 인지하는 자신들의 가치가 자신들 고유의 가치보다는 알직에 있기 때문에 그들의 가치가 존재하는 꼴이 만들어져 있다는 것을 알아채 후회해본들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렇게 알직에 종속되고 만다.

플랫폼에 종속된 한국의 브랜드들은 지속적인 가성비와 가심비에 대한 압박을 받게 되지만, 자신들에게 그 노력이 고스란히 축적되지 않는다. 결국 손익분기점을 훌쩍 넘어서지 못한 브랜드는 점점 쇠약해져 재투자여력을 상실하는 브랜드로 전락한다. 국내 소비자들은 그나마 존재했던 국내 브랜드의 개성들에 대한 선택권마저 상실하게 되는 꼴에 처하게 되는 것이다.

플랫폼법의 취지는 국내의 브랜드를 살리고 국내 소비자에게 선택권의 폭을 넓히는 것이지만, 예상되는 시나리오대로 따라가 보면 취지와는 정반대의 현상을 전망하게 된다.

이제, 플랫폼법의 제정을 어떤 방향성에서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은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에 새로운 질문이 필요하다. 플랫폼 무역전쟁에서 어떻게 승리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 세워져야 한다.

진정으로 한국의 브랜드들을 살리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이라면, 플랫폼의 역할 변화와 세계의 모든 브랜드들로부터 공정성과 투명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혁신을 추동할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할 필요가 있다.

그 길이 진정한 플랫폼의 경쟁력 강화를 이루며 브랜드의 살리는 것뿐만 아니라 플랫폼 때문에 더욱 다양한 스타트업들의 창업 기회의 장을 제공할 수 있는 동시에 3마리 토끼를 쫓을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플랫폼은 소비자 고객들과 브랜들간의 ‘연결’의 역할이 기본이어야 한다. 그 연결은 브랜드들의 속성을 기반으로 하는 연결의 역할로 확장할 수 있다. 또한 그 연결은 브랜드가 축적한 고객경험을 기반으로 하는 연결의 역할로 확장할 수 있다.

물론 이 브랜드에는 물류를 담당하는 기업들도 포함한다. 작은 규모의 물류기업이라도 고객의 경험이 충만하다면 언제든지 고객들 가까이 표출될 수 있어야 한다. 플랫폼은 그런 연결의 연결자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

플랫폼은 그런 고객경험들의 다시 재구성하여 새로운 경험을 창출하는 연결자 역할을 담당할 수 있어야 한다. 연결자가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내면 만들어낼수록 플랫폼의 가치가 더해지는 그런 비즈니스를 담당하는 것으로 구조혁신을 추동하는 방향이 규제정책이면 충분하다.

세계의 고객들과 세계의 브랜드들의 직접적인 연결이 만들어내는 네트워크 효과는 곧 시장의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말하는 것이다. 고객들과 브랜드들의 수의 총합을 N이라고 하면 시장의 규모를 정량화할 수 있는 네트워크효과는 2의 N제곱승에 해당한다는 리드의 법칙(Reed’s law)을 따른다.

플랫폼이 연결자 역할만 담당하는 방식과 지금의 브랜드가 입점하는 백화점 방식의 네트워크 효과의 차이는 입점하는 브랜드의 수가 K라면 2의 (N-K)제곱승으로 정확하게 계산해낼 수 있다. 이런 간단한 산술이 가능하기에, K가 270개만 되어도 우주에 존재하는 물질의 총 수()보다 큰 만큼의 네트워크 효과가 축소하게 된다는 것을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단지 270개의 브랜드가 입점만 해도 우주의 물질 수만큼의 네트워크 효과가 감소하는데, 예를들어 21만개의 브랜드가 입점한 쿠팡의 경우는 네트워크 효과를 얼마나 축소시키는지 상상을 누구나 쉽게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백화점식 플랫폼이 경제성장에 해를 가하는 정도를 정확하게 비교분석할 수 있다.

어떻게 하면, 플랫폼도 살고 브랜드들도 빛이 나고 소비자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더하고 창업이 활발하게 일어날 수 있게 할 것인가?

그렇게 하는 비법은 무엇인가? 고객들이 브랜드에게 직접 연락할 수 있도록 브랜드의 주소를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고 또 고객들이 브랜드와 전화든 인터넷이든 웹이든 앱 등을 통해서 직접 연결하고 거래할 수 있으면 가능하다.

그런 기본적인 틀이 갖추어진 다음에 브랜드들이나 고객들이 플랫폼에 어떠한 방식으로 의지하든 그것은 오로지 그들의 몫으로 두는 방식이면 충분하다.

그런 방식이면, 브랜드들이 고객경험을 스스로 축적하며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나갈 수 있다. 플랫폼은 플랫폼대로 다양한 고품위 서비스를 위한 연결자 역할 수행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해 나갈 수 있다.

자연스럽게 데이터는 브랜드와 고객의 몫이 된다. 데이터에 대한 주도권이 브랜드들과 고객들에게 주어진 전제에서 플랫폼들과의 별도의 계약을 통해서 플랫폼들은 각자의 고품위 연결서비스를 전개해나갈 수 있다.

딱 하나! 세상의 모든 브랜드들의 존재를 투명하게 드러내고 자유롭게 연결하는 것을 보장하는 것만으로 네트워크 효과에 기반 한 시장의 자생력을 되살리고 플랫폼전쟁에서 승기를 잡는 길이 열린다.

기술적으로 아무런 장벽도 존재하지 않는다. 국제표준에 따른 인터넷이 능히 해결해준다. 플랫폼전쟁에서 승리하는 가장 확실한 길은 ‘브랜드에 대한 존재의 평등권’을 보장하는 길이다.

‘브랜드 존재의 평등권’의 실현은 ‘인터넷 주소 민주화 (URI Democracy)’의 실천에 달렸다. 브랜드가 주소를 소유할 수 있고, 그 주소를 공표할 수 있고, 그 주소에 대한 접속제어 권한이 오로지 브랜드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인터넷 주소 민주화’이기 때문이다.

플랫폼이 더 이상 브랜드에 다가가는 그 어떤 방해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메타버스 공간에 탄생할 무한의 브랜드를 생각하면 우리가 상상하는 시장의 크기는 무한이다. 그 무한의 시장에 다양성이 넘실거리게 할 수 있는 유일하고 확실한 방법은 “인터넷주소민주화”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참고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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