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선 후보들, 함부로 말하지 맙시다

  • 등록 2017-03-21 오전 11:09:30

    수정 2017-03-21 오전 11:09:30

[이데일리 성문재 기자] “표 따먹기 위해 립서비스만 늘어놓거나 와보지도 않고 함부로 얘기하는 거나 둘 다 문제가 아닙니까?”

작년말부터 대우조선해양(042660) 거제 옥포조선소에는 정당을 불문하고 대권에 뜻을 품은 정치인들의 방문이 줄을 이었다. 이들중에는 대우조선이 어떤 회사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아는 사람이 드물다. 많은 거제 시민들은 ‘사진 찍히고 뉴스 한줄 나오려고 왔구나. 너무 실망이 크다’고 느끼는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심지어 모 의원은 “여기서 배를 수리하는 겁니까?”라고 물어 대우조선 근로자들 마음을 허탈하게 만들었다고 한다.

최근 한 공중파 방송국이 주최한 대선 후보 토론회에서 모 후보는 “대우조선처럼 영업이익을 내지 못해 운영이 어려운 산업을 구조 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우조선에 대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유권자를 겨냥한 맞춤형 발언이다. 대우조선 직원들은 물론 거제 시민들은 ‘와보지도 않고 입만 살았다’며 서운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이뿐만이 아니다. 호남 향토기업인 금호타이어(073240)가 중국 기업에 매각될 처지에 놓이자 호남 표심을 겨냥한 정치인들이 앞다퉈 중국 매각 반대 입장을 밝히고 나선 것도 지극히 정치적인 행보다. 모든 건 룰(Rule)대로 하면 된다.

대선후보들이 기업 이슈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면서, 산업의 실상을 파악하고 대안을 내놓기보다는 표를 얻을 궁리로 고민 없이 얘기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대우조선을 ‘살려야 한다’ ‘죽여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만 접근한다. 정작 왜 살려야하는지 무엇이 문제인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이러한 사례는 대우조선보다 고용 인원이 적다는 이유로 정치권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결국 파산에 이른 한진해운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가뜩이나 수출이 부진한 가운데 한진해운 부재로 우리 수출 기업들은 한바탕 홍역을 치렀고 지금도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이번 주는 대우조선에게 중요한 한 주다. 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토대로 금융당국이 유동성 지원방안을 발표한다. 대선을 앞두고 현 정부가 소신 있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소위 대권을 바라본다는 사람들이 내뱉는 한마디에 결과가 뒤바뀔까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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