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회장 등 '방산비리' 의혹 부인, "R&D 아닌 구매사업"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방산비리’ 연루 의혹으로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 등에 대한 세 번째 공판이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재판장 이동근) 심리로 열렸다. 이날 공판은 이규태 회장 변호인과 당시 사업 담당자였던 SK(034730)주식회사 C&C(옛 SK C&C) 변호인의 검찰 측 증인에 대한 심문으로 진행됐다.

피고 측에는 이 회장 뿐 아니라 사업 수행 당시 SK주식회사 C&C 부문장이었던 정철길 SK이노베이션(096770) 사장 등 6명과 변호인이 참석했다.

이 회장 변호인과 SK주식회사 C&C 측 변호인은 검찰 측 증인으로 참석한 하벨산의 아시아태평양 총괄 출신 터키인 A씨에게 검찰의 공소사실을 확인하는 질의를 이어갔다.

이에 A씨는 자신은 한국과 하벨산 터키 본사를 연결하는 중개인에 불과했다며 일광공영과 SK, 하벨산이 방산비리를 공모한 것은 자신과 무관하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 변호인 측 심문에 진술을 번복했으며 일부 질문은 답변을 거부하기도 했다.

A씨는 이 회장이 터키 하벨산 본사에 송금한 약 2억4000만원을 중간에 가로챈 혐의로 복역 중이다. 이 회장의 검찰 고발로 조사가 이뤄졌으며 이번 건으로 A씨는 하벨산으로부터 퇴사조치를 당했다.

◇국가 상대 사기로 부당이익 취했나?..“솔루션 국산화, 계약서에는 없다”

이번 방산비리 관련 공판의 쟁점은 일광공영과 SK주식회사, 하벨산이 짜고 방위사업청을 속여 부당이득을 취했느냐의 여부다.

2009년 4월 일광공영의 중개로 한국 방위사업청과 터키 하벨산은 9617만달러(약 1100억원)의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이하 EWTS) 납품 계약을 맺었다. SK주식회사는 하벨산의 국내 협력업체(하도급사)로 선정됐는데, SK주식회사는 EWTS 도입사업 협력업체로 다시 일광그룹 계열사인 솔브레인에 재하청을 줬다.

검찰은 이 회장이 EWTS를 국산화하겠다는 명목으로 연구개발(R&D) 사업으로 제안해 국고 약 1100억원을 타냈다고 보고 있다. 연구개발 없이 해당 솔루션을 그대로 들여와 541억원의 부당 이익을 취해 SK주식회사 등과 나눠가졌다는게 핵심이다.

그러나 이날 공판에서 이 회장 측이 제시한 증거자료에 따르면 하벨산과 국내 업체간 회의록에서 2007년 1월에는 연구개발이었던 공군 EWTS 사업이 터키 업체가 국내 하도급 업체와 함께하는 사업으로 바뀌었다가 2007년 11월에는 제품구매 사업으로 변경됐다.

회의록은 A씨가 작성해 하벨산 본사에 보고한 문건이다. 이 문건을 아느냐는 이 회장 측 심문에 처음에는 “오래돼서 기억나지 않는다”고 했다가 작성자 이름을 보여주니 자신이 작성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A씨는 “윗선에서 준 내용을 정리해 기록만했을 뿐 개인적인 의견이나 결정사항을 기술한게 아니다”고 답변했다.

지난 달 10일 공판에서 이 회장 변호인은 “연구개발사업의 RFP는 국산화율 정도와 국산화 제품에 대한 최종 검수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번 사업은 그렇지 않은 제품구매사업으로 발주됐다”면서 “특히 계약서에 완전합의(Entirement Agreement) 조항이 있는데 이는 계약서 이전의 모든 확약과 제언, 동의 등은 무효라는 것이다. 최종 계약 내용이 국내 업체의 연구개발이 아니면 이전의 언급 내용은 효력이 없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가격협상 과정에서 하벨산은 일광공영에게 약속한 수수료를 수차례 감액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측 주장 대로라면 하벨산과 일광공영, SK주식회사가 부당이익을 취했기 때문에 하벨산과 일광공영 간 수수료 약속은 유지돼야 한다. 하지만 수익률이 나빠진 하벨산은 중개업체인 일광공영에게 처음 10%의 수수료를 약속했다가 이후 5%로 감액했고 다시 4.8%로 낮췄다는게 이 회장 측 주장이다.

게다가 이 회장 측 자료에 따르면 2007년 방사청의 공군 EWTS 사업의 비용타당성 분석 결과 9971만 달러에서 1억 2921만 달러로 나왔다. 일광공영이 수주한 9617만 달러 보다 높은 금액이다.

검찰 측 증인, 잇따라 진술 번복

A씨는 이날 공판에서 자신의 혐의를 입증한 서울서부지법 판결문 내용을 번복했으며 불리한 질문에 대해서는 자신이 현재 터키 하벨산 본사와 소송 중에 있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그는 이 회장 변호인 측 질의에 처음에는 소스코드를 한국에 줬다고 했다가 나중에는 주지 않았다고 하는 등 진술도 번복했다.

검찰 측과 이 회장 변호인 측의 신경전도 이어졌다.

이 회장 변호인이 A씨가 국민권익위원회에 진정한 문건을 참고자료로 제출하려고 하자, 검찰은 내부문건을 어떻게 입수했느냐며 문건의 입수경로를 밝히라고 따졌다.이 회장 측 변호인은 공판이 진행 중인데 피고인(이규태 회장)을 왜 따로 불러 두 번이나 조사했느냐며 몰아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