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플랜트의 저주…조선 빅3, 5兆 손실폭탄 떠안았다

조선 빅3 2Q 영업손…대우조선 3조, 삼성重 1.5조, 현대重 1710억
"해양플랜트 공기지연에 미청구공사 대거 손실로 돌변"
  • 등록 2015-07-29 오후 5:46:12

    수정 2015-07-29 오후 5:46:12

[이데일리 김도년 기자]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현대중공업 등 국내 빅3 조선사가 우려했던대로 2분기에 5조원에 가까운 영업손실을 냈다. 주로 해양플랜트 부문에서의 공기 지연으로 그동안 수익으로 인식해 온 미청구공사가 대규모 손실로 돌변한 탓이다.

29일 대우조선해양(042660)은 연결 재무제표 기준으로 올해 2분기 3조31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433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전분기보다 3조원 규모의 손실이 늘었다. 매출액도 1분기 4조4861억원에서 2분기 1조6564억원으로 줄었다. 2조8000억원 규모의 미청구공사가 손실로 전환된 셈이다.

미청구공사란 공사 진행률에 따라 수익을 인식하는 수주기업들이 발주처보다 진행률을 높게 산정해 수익으로 인식했지만, 아직 대금 청구를 하지 않아 현금이 들어오지 않은 계정을 말한다. 한 마디로 조선사는 매출액으로 잡아 김칫국부터 마셨지만, 발주처에선 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계정이 미청구공사다.

손실 규모가 크게 늘어난 것은 극지용 반잠수식 해양 시추선인 송가 리그(Songa Rig) 프로젝트와 같은 공사 경험이 없는 해양플랜트를 건조하는 과정에서 예상보다 공정이 늦어졌고 이 때문에 투입원가가 늘어난 탓이다. 예상 투입원가가 애초 설계할 때보다 늘어나면 공사진행률도 줄어들게 되고 이렇게 되면 기존에 수익으로 반영된 미청구공사가 손실로 전환된다.

당기순손실도 2조4816억원에 달했다. 자기자본에서 이 정도 금액이 차감되면 부채비율은 800%대를 넘어설 전망이다. 개별 재무제표 기준 부채비율이 500%를 웃돌면 사채모집위탁계약서상의 재무비율 유지 조항에 따라 채권자가 만기 전에 회사채 상환을 요구할 수 있는 기한이익상실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대주주 산업은행 지원으로 유동성 위기가 현실화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삼성중공업(010140)도 1조5481억원 규모의 영업적자를 입었다. 263억원 흑자를 기록한 1분기보다 1조6000억원 가량 줄었다. 삼성중공업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반영한 것은 지난 2012년과 2013년에 수주한 해양플랜트들의 설계가 변경되면서 공사가 지연된 탓이다. 2013년 30억달러에 수주한 나이지리아 에지나의 부유식 원유생산 및 저장설비(FPSO) 사업, 2012년 27억달러에 수주한 호주 익시스 해양가스처리설비(CPF) 사업 등 해양플랜트 프로젝트가 이에 해당된다.

현대중공업(009540)도 조선부문에서의 반잠수식시추선 등 특수선박 인도 지연으로 추가 비용이 발생했고 해양부문 해외 현장 설치공사비 증가, 일부 공사 공정 지연 등으로 17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조선 빅3 중에선 영업손실 규모가 가장 작았다. 지난해 이미 3조원대의 해양플랜트 부문 부실을 털어낸 덕분이다.

조선 3사 모두 해양플랜트 사업에서 공정이 늦어지는 현상이 벌어진 것은 새롭게 진출한 기본설계(FEED) 단계의 해양플랜트 공정에서 대규모 학습비용이 지출된 탓으로 풀이된다. 한 신용평가사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이 경쟁이 다소 느슨한 기본설계 단계의 공정에 진출했는데 이 분야의 경험이 부족하다 보니 값비싼 학습비용을 지불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전문인력도 플랜트에 집중되면서 기존에 잘하던 상선분야 등에는 인력이 집중되지 못한 탓도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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