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쾅쾅쾅"…한밤중 경찰이 유명 웹소설 작가 작업실 문 두드린 사연

“배우자가 흉기로 위협당하고 있어요” 112신고에
작가 거주하는 작업실에 새벽 2시 출동한 경찰관
허위 신고 증가세…‘112신고처리법’ 시행, 도움될까
  • 등록 2024-07-11 오후 2:55:46

    수정 2024-07-11 오후 7:17:46

[이데일리 황병서 기자 김세연 수습기자] 국내 누적 조회 수 수억 회(웹툰·웹소설 합산)를 기록한 유명 웹소설 작가가 거주하는 서울 마포구의 한 작업실에 경찰에 새벽에 출동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배우자가 흉기로 위협당해”…허위 신고에 새벽 소동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게티이미지)
11일 경찰 등에 따르면 기동대 소속 경찰관 10명은 112신고를 받고 전날 오전 2시께 서울 마포구의 웹소설 작가 A씨가 머무는 작업실에 출동했다. 현장에 도착한 경찰관 4명은 A씨에게 배우자 이름을 묻고, 해외에 있던 배우자의 안부를 영상통화로 파악했다. 15분 정도가 지났을 무렵 여경을 포함한 경찰관 6명이 다시 찾아와 그의 작업실 안을 확인했다. A씨는 “당시 자고 있었는데 누가 막 문을 두드려서, ‘누구냐’고 물으니까 경찰이라고 해서 문을 열었던 상황”이라고 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112신고는 허위 신고였던 것. 안절부절못하던 A씨는 이날 오전 3시께 인근 지구대에 전화해 허위 신고 내용을 알려달라고 한 뒤, 경찰에게 당시 출동한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익명의 누군가가 112에 ‘A씨 배우자가 성인 남성 4명에게 불법 촬영을 당하고 흉기로 위협을 받고 있다’는 내용의 신고를 했던 것이다. 경찰은 이날 오전 7시께 A씨에게 마포경찰서에 방문해 스마트 워치를 지급받는 등의 보호조치를 받으라고 안내했다.

A씨는 전날 오후 1시께 시부모님과 함께 마포경찰서를 방문했다. A씨는 본지 기자와 만나 “지인 중에 배우자의 이름을 아는 사람이 없는 점과 내가 사는 사무실을 매칭 해 허위 신고한 것이 너무 무서웠다”고 심경을 밝혔다. 옆에 있던 A씨의 시부모는 “너무 잘 나가는 웹소설 작가라 질투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면서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누가 허위 신고를 했는지 알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A씨에 따르면 그의 배우자는 현재 해외에 머무르고 있는 상태다. A씨가 마포구의 작업실을 구해 입주한 지도 불과 한 달밖에 안 된 상황이었다.

마포경찰서는 A씨가 연루된 허위 신고건과 관련해 내사 단계에 있다고 했다. 경찰 관계자는 “허위 신고 건으로 접수됐다”면서 “대상자를 특정하기 전이며 입건 전 조사 단계”라고 밝혔다.

증가 추세 허위 신고…‘112신고 처리법’ 시행

허위신고 및 처벌 현황(자료=경찰청)


경찰청에 따르면 허위신고 발생 건수는 최근 증가 추세에 있다. 경찰청의 허위신고 및 처벌 현황에 따르면 2022년 12월 말 기준 허위 신고 발생 건수는 2018년 4583건에서 2019년 4531건, 2020년 4063건으로 감소했다. 하지만 2021년 4153건, 2022년 4235건으로 늘고 있다.

112 허위신고는 경찰력 낭비뿐만 아니라 다른 긴급 상황에서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게 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간 허위신고는 형법상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죄로 형사 처벌되거나, 경범죄처벌법에 따라 벌금 등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형량 차이 때문에 대부분 경범죄로 처벌하다 보니 근절이 쉽지 않았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허위 신고자들에게 최대 500만원까지 과태료를 부과하는 ‘112신고처리법’이 지난 3일 시행됐다. 해당 법은 112신고 처리 과정에서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재산에 대한 급박한 위해 발생의 우려가 있는 경우 그 위해를 방지하거나 피해자를 구조하기 위해 경찰관은 타인의 토지, 건물, 물건의 일시사용, 사용제한, 처분을 하거나 긴급 출입을 할 수 있도록 정한 법이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지난 8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112신고가 시작된 지 67년이 됐는데 경찰청 예규로 운영돼오다가 법이 만들어졌다는 게 가장 큰 의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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