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 가면 뭐하나요”…취업난에 ‘철밥통’ 몰리는 中 학생들

8년째 증가하던 중국 대학원 지원자수, 올해 7.3% 감소
“임금 낮아도 정년 유지” 국가공무원에 역대 최대 응시자
“민간 어려울수록 취업 힘들어져, 공무원 월급도 못 줄 것”
  • 등록 2023-12-19 오후 5:17:14

    수정 2023-12-19 오후 5:17:14

[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중국에서 청년 취업난이 심해지자 대학원 진학을 포기하고 바로 생업에 뛰어드는 학생들이 늘어나고 있다. 소위 ‘스펙’을 더 쌓아봤자 더 좋은 일거리를 찾기 힘든 상황에서 대학원 학비에 들어가는 돈도 아깝다는 이유에서다. 대신 ‘철밥통’으로 불리는 공무원 시험에 매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6월 20일 중국 후베이성 우한대에서 열린 졸업식에 학생들이 참석하고 있다. (사진=AFP)


1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올해 중국의 대학원 시험 지원자는 약 438만명으로 전년대비 7.6%(36만명) 줄었다. 지난 8년 연속 증가세를 이어왔다가 올해 감소로 돌아섰다.

반면 지난달 치러진 국가공무원 고시는 역대 최대 수준인 225만명이 응시했다. 모집 인원은 3만9600명으로 약 57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공무원 경쟁률이 높은 이유는 급여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정년과 여러 혜택이 보장되는 ‘철밥통’으로 불리고 있기 때문이라고 SCMP는 분석했다.

SCMP는 중국 산둥성의 한 2년제 대학에 다니고 있는 민디 리의 사연을 전했다. 한문학을 전공한 리는 대학원에서 더 공부를 하라는 주변의 권유를 뿌리치고 공무원 시험에 도전하기로 했다.

그는 “한문학은 기업에 취업할 기회가 쉽지 않고 요즘에는 석사 학위 소지자가 너무 많기 때문에 유일한 탈출구는 공무원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대학원 석사 학위의 가치가 떨어지고 민간 기업들의 취업문은 점차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선택지는 좁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코로나19 봉쇄 등을 겪으면서 외국계 기업들이 중국을 떠나는 가운데 경기가 살아나지 못해 중국 기업들의 상황도 좋지 않다. 청년(16~24세) 실업률은 올해 6월 21.3%로 2018년 관련 통계를 발표한 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중국 당국은 이후 해당 통계 발표를 중단했다.

중국교육발전전략협회 소속 교육 연구자인 천 지웬은 SCMP에 “대학원 지원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은 중국 젊은이들이 대학원 공부가 더 이상 더 나은 직업을 보장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아 변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중국에서는 올해초 석사 학위 소지자가 폐기물 분류 감독관으로 채용됐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는데 이러한 사례가 대학원에 대한 학생들의 기대치를 낮췄다는 평가다. 특히 중국 대학의 학비는 대부분 저렴하지만 대학원은 이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법학을 전공한 후 중국 장시성 간저우시의 정부 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로즈 니는 SCMP에 “일할 때 해고될까 정하거나 성과를 위해 싸울 필요가 없지만 로펌에서 일하는 친구들은 업무 압박이 훨씬 심하다”며 “최근 대학원 시험을 지원했지만 실제로 진학할지는 고민 중”이라고 털어놨다.

베이징에 위치한 21세기 교육연구소의 시용 빙치 소장은 “민간 기업이 성장하지 못하고 외부 개방을 중단한다면 앞으로 학생들의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질 것”이라며 “민간 부문이 발전하지 않고 모두가 정부에 취업하고 공적자금으로 살아간다면 공무원도 월급을 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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