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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정부가 약속한 긴급재난지원금(이하 재난지원금)이 각 지방자체단체별로 지원금 중복 수령, 수혜 대상자가 상이해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각 지자체가 부담해야 할 지방비 등 재원 마련이 수혜 대상자를 가를 최대 ‘키(Key)’가 될 전망이다.
정부는 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을 대상자 선정 기준을 발표했다. 대상자는 올 3월 기준 가구당 건강보험료 합산액이 소득 하위 70%에 해당하는 가구다. 가령 4인 가구 기준으로는 직장가입자 기준 23만7652원, 지역가입자 기준 25만4909원, 혼합형(직장+지역가입자 모두 포함) 24만2715원이다. 가구별 지원 금액은 △1인가구 40만원 △2인가구 60만원 △3인가구 80만원 △4인가구 100만원이다.
이 같은 기준에 해당하지만 각 지자체별로 코로나19 사태로 받는 지원금 규모는 상이할 전망이다.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코로나19 지원금 대상 기준이나 자체 재정 등에 따라 중복 수령 여부가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수도권만 해도 서울, 경기, 인천 등이 모두 지원금 규모나 방식이 조금씩 다르다. 먼저 서울지역 거주자들은 시 재정으로 최대 50만원을 지급하는 재난긴급생활비(이하 긴급생활비)와 정부가 약속한 재난지원금을 중복으로 받을 수 있다. 서울 5인 가구를 기준으로 하면 수혜 대상 가구는 긴급생활비 50만원에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합해 150만원을 수령할 수 있게 된다. 만약 긴급생활비를 서울사랑상품권으로 받을 경우 10% 가산에 따라 최대 155만원을 받을 수 있다. 4인 가구를 가정하면 긴급생활비 40만원, 재난지원금 100만원을 합해 140만원(서울사랑상품권 수령시 144만원)을 수령할 수 있다.
서울시는 긴급생활비와 재난지원금을 중복해 주기로 한 배경에는 지방비 분담률을 낮추기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정부는 서울시가 상대적으로 재정 여건이 양호한 점을 들어 전국 타 시·도와는 다르게 지자체 분담률(20%) 보다 10%포인트나 높은 30%로 요구했다. 이에 서울시는 지방비 20% 매칭을 내세워 지원금을 모두 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만약 부담률 30%를 적용하면 서울시는 재난지원금 관련 5200억원을 부담해야 한다. 이는 시 예상 지원액(20% 지방비 매칭시 3500억원) 보다 1700억원이나 높은 수준이다. 서울시가 자체 재정으로 조달하는 긴급생활비 총 예산은 3271억원이다.
경기도는 서울과 방식이 조금 다르다. 중복 수령이 가능한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결합방식이다. 도민 모두에게 지급하기로 약속한 재난기본소득(1인당 10만원)과 정부의 재난지원금을 모두 받을 수 있지만, 재난지원금에서 경기도나 각 시·군이 기지급한 돈을 제외한다. 예산 추가 여력이 없어 재난소득에 동참하지 않은 시·군만 정부 방침대로 지방비를 내기로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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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재명 경기지사는 정부의 지방비 매칭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는 “앞서 당정청 합의로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에게 재난지원금을 선지급하면 추경으로 이를 보전해 주겠다며 재난 지원을 독려했다”면서, “(당초 약속과는 달리)이제 와서 지방정부로 하여금 20%를 최종부담하라고 매칭을 요구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인천은 중복 수령이 불가능하다. 앞서 인천시는 자체적으로 중위소득 하위 100% 이하가 30만 가구에 20만~50만원의 긴급재난생계비를 지급하기로 했다. 다만 정부안 발표를 계기로 당초 계획을 철회하고, 124만 시민 전체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방향을 바꿨다. 정부 재난원금을 받는 소득 하위 70%에서 빠진 나머지 상위 소득 30%에도 가구당 25만원을 일괄 지원할 방침이다. 결과적으로 모든 가구가 25만~100만원의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된 셈이다.
이외에도 충북, 경남도 등은 자체적으로 지급할 예정이었던 지원금을 취소하고 정부안으로 통합해 지원할 계획이다. 정부안과 중복되지 않게 지방비를 매칭해 지원하는 방식이다. 세종시도 소득 하위 50% 이하 계층에게 지급할 예정이었던 긴급생계비를 중복 지급하지 안하고 정부 지원으로 대체하기로 했다. 대구, 강원 등은 긴급생계자금을 지원하지만, 정부안에 대한 분담금(지방비)을 추가 지급할지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