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방송통신 M&A 허용가능성..변화된 규제 환경

방통위, 아날로그 케이블TV과 디지털 케이블TV 상품시장 분리
지리적 시장에선 미래부, 권역 폐지 의지 밝혀
공정위, SKT-헬로비전 인수합병 불허 이유 뒤집어져
KT는 긴장..IPTV와 케이블간 합병은 플랫폼 경쟁 위배 주장
  • 등록 2016-12-27 오후 3:28:18

    수정 2016-12-27 오후 3:58:21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창조과학부 등 유료방송 주무부처의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내년에는 IPTV사업자와 케이블TV사업자간 인수합병(M&A)가 성사될지 관심이다.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K텔레콤(017670)CJ헬로비전(037560) 인수합병을 불허한 것은 합병법인의 유료방송 지역(권역) 점유율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방통위가 유료방송 상품 시장을 아날로그 케이블TV와 디지털 유료방송을 나누기로 했고, 미래부는 IPTV와 케이블TV간 동일 서비스 동일 규제 원칙을 천명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권역규제를 폐지한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공정위의 경쟁제한성 평가 기준도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됐다.

M&A 매물로 나와 있는 딜라이브(옛 씨앤앰)나 규모의 경쟁을 추구하는 현대HCN 등이 가격만 맞으면 IPTV 사업을 하는 LG유플러스(032640)나 SK텔레콤과 한 가족이 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 셈이다.

공정위, 합병 불허 이유로 권역 점유율 문제 삼아

공정위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을 불허한 이유는 상품 시장에서 아날로그 케이블TV와 디지털 케이블TV를 동일 시장으로 봤고 지리적 시장은 78개 케이블TV 권역을 기준으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정위는 전국사업자인 SK브로드밴드의 IPTV와 지역사업자인 CJ헬로비전의 케이블TV가 합병했을 때 유료방송 권역에서 시장 점유율이 넘는 곳이 60%를 넘는 곳만 15곳(전체 23개 권역)이라며 이 합병의 긍정적 시너지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크다고 밝혔다.

당시 공정위 심판정에서 김진석 CJ헬로비전 사장은 “아파트 공시청 등 아날로그 케이블 가입자는 1년, 2년 약정을 거는 디지털 케이블과 달리 약정이 없다. 그래서 결합상품도 못하니 모수에서 빼야 한다. 시간을 주면 관련 자료를 내겠다”고 공정위 상임위원들을 설득했지만, 아날로그 상품과 디지털 상품을 하나의 상품 시장으로 본 공정위를 넘어서지 못했다.

또한, 공정위는 지리적 시장 획정에서 78개 케이블TV 프렌차이즈 권역을 기준으로 했는데, 이 역시 그간 공정위가 국무조정실 규제개혁특위를 통해 케이블TV의 권역을 전국단위로 복점(복수소유)을 허용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던 것과 달랐지만 현행 기준을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이유로 수용됐다.

▲‘제8차 정보통신 전략위원회’에서 의결된 유료방송발전방안 중 ‘유료방송 산업 성장기반 마련을 위한 규제체계 개선 방안’ 출처: 미래부
변화된 규제 환경…KT는 긴장

그러나 공정위가 심결 당시 인용했던 방통위의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의 상품시장 획정이 올해부터 달라졌다. 그간 아날로그 케이블TV와 디지털 케이블TV를 포함한 IPTV·위성방송을 하나의 상품 시장으로 봤던 데서, 2016년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때부터는 아날로그 시장과 디지털 시장을 분리한 것이다. 공정위가 둘을 하나의 시장으로 본 근거로 든 것이 방통위의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였던 만큼, 뒤바뀐 정책이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게 됐다.

또한 미래부는 27일 ‘유료방송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78개 케이블TV의 권역 규제를 폐지하기로 했다. 정책 방향상 당장 폐지하는 게 옳지만 케이블TV의 과당 경쟁 우려를 고려해 케이블TV의 디지털전환 시점에 맞춰 완전 폐지하기로 했다.

조경식 미래부 방송정책기획관은 “권역제도가 시장에 맞지 않다는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 당장보다는 시점을 늦춘 이유는 사업자 지위, 경영상황 등을 고려했다. 일단 권역폐지 입장을 표명하고 구체적인 정책 결정은 정책 연구를 통해 결정한다는 의미다. 성숙이후 시점을 늦춘 것”이라고 말했다.

상품 시장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 상품의 분리, 지리적 시장에서 권역 폐지가 중요한 이유는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이 기준대로라면 허용됐기 때문이다.

합병법인의 지역 방송 경쟁기준을 78개 프렌차이즈로 하면 합병법인의 시장점유율이 크게 올라가지만, 전국 기준으로 하면 KT에 비해 가입자 수가 적다. 지난해 9월 기준 KT의 IPTV‘위성 가입자는 844만 명(전국 점유율 29.6%)이고 CJ의 케이블 가입자(415만 명, 14.6%)와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의 IPTV가입자(335만명, 11.7%)를 더하면 총 750만명(26.3%)이다.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정책과장은 “경쟁상황 평가에서 상품시장에 일부 변화가 있었다. 이는 정책 방향 만드는데 함께 고려됐다”고 인정했다.

유료방송 업계 관계자는 “딜라이브가 LG유플러스와 접촉하고 있고, 사내 유보금이 많은 현대HCN도 현대백화점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개선 차원에서 유료방송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내 1위의 유료방송 사업자인 KT는 긴장하고 있다.

KT 관계자는 “방통위의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서 아날로그와 디지털시장을 분리한 것은 소비자의 수요 대체성을 고려하지 않은 조치로 통신사의 유료방송 M&A를 촉진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한편 KT(030200) 경제경영연구소 이성춘 상무는 최근 최명길 의원(더민주당)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 토론회에서 케이블TV는 영업이익률 18%로 스스로 투자와 혁신 여력이 충분하며, 이통사와 케이블간의 M&A 촉진방안은 플랫폼 경쟁정책의 근간을 잠식을 우려가 있다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방통위의 ‘방송시장경쟁상황평가’에 따르면 KT가 주도하는 IPTV시장은 2015년 매출이 전년대비 27.4% 증가한 반면, 케이블TV는 매출액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유료방송에서 차지하는 매출액 비중도 최초로 50% 미만인 47.9%로 축소된것으로 드러났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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